|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국내 식품업계에서 오너 3세의 전면 등판이 본격화되고 있다.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비식품 분야까지 외연을 넓히는 과정에서 기존 경영 방식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3세 경영진에게 핵심 보직을 맡기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디지털 전환 흐름을 빠르게 흡수하는 ‘체질 개선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단순한 경영수업 단계를 넘어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받는 실전 경영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최근 전병우 COO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 전무는 입사 6년 만에 임원에 오른 뒤 2년 만에 다시 한 단계 올라서는 빠른 승진 속도를 보였다. 그는 불닭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주요 권역에서 불닭의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최근 그룹이 키우는 푸드케어, 이터테인먼트 등 신사업에도 관여 범위를 넓히는 만큼 ‘포스트 불닭’ 전략을 주도할 적임자로 주목된다.
SPC그룹 역시 사장단 인사를 통해 3세 체제를 굳혔다.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은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크라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글로벌BU장을 겸임하며 파리바게뜨의 미국·중국·동남아 신규 출점 전략을 지휘해 왔다. 최근 파리바게뜨 북미법인의 매장 수가 빠르게 증가한 배경에도 현지화 중심의 ‘SPC 글로벌 전략’을 밀어붙인 허 부회장의 역할이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허희수 사장 또한 비알코리아 CVO(최고비전책임자)를 맡아 배스킨라빈스·던킨의 리브랜딩과 콘셉트 전환을 이끌며 실질적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멕시칸 프리미엄 QSR 브랜드 ‘치폴레’의 국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SPC가 글로벌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가속화하며 외식 시장에서 새 성장축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오리온에서는 담서원 전무가 경영 전반의 실무 경험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담 전무는 그룹 사업 전략 수립, 관리, 글로벌 사업 지원 등 굵직한 경영 과제에 참여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전사적 관리시스템(ERP) 구축 작업을 주도해 조직 운영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오리온이 최근 중장기 전략으로 강조하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향후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제과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바이오 사업에서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3세 리더십의 전략적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농심도 3세 경영체제를 명확히 하고 있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전무는 그룹 미래사업실장을 맡아 신사업 발굴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총괄한다. 그는 농심이 라면 중심에서 건강·웰니스, 친환경 식품, 글로벌 M&A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방향을 잡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세대교체 흐름이 단순히 승계를 위한 형식적 포석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K-푸드의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고, 신사업 확장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 만큼 젊은 경영진의 감각과 추진력이 기업 체질 개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식품기업들의 공통점은 ▲해외 확장 강화 ▲디지털 기반 경영 고도화 ▲신사업 다각화 ▲사업 구조 재편 등 굵직한 과제를 3세에게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오너 2세들이 안정화·확장기에 기업을 키웠다면, 3세들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재편’과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단순한 오너 리스크 완화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 포착, 신사업 확대, ESG·디지털 전환 등 미래 전략을 3세 경영진에게 전면 위임하는 분위기”라며 “3세 리더십의 성과가 향후 국내 식품기업의 글로벌 위상과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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