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픽사 스튜디오의 2013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수상작인 <메리다와 마법의 숲(< pan>메리다와>Brave)>은 낡은 동화의 틀을 깨고 21세기 여성 서사를 정립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웅장하고 신비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왕국의 공주 메리다와 그녀의 어머니 엘리노어 왕비 사이의 현실적인 모녀 갈등을 중심에 둔다.
빨강 머리의 당찬 공주 메리다는 전통적인 공주 교육과 왕실의 기대에 갇히는 것을 거부한다. 그녀의 관심은 우아한 드레스나 규율이 아닌,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승마와 활쏘기이다. 특히, 그녀가 세 부족의 왕자들 중 한 명과 결혼해야 하는 운명에 저항하는 모습은 수동적인 동화 속 공주상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메리다의 가장 큰 적은 외부의 악당이 아닌, 왕실의 엄격한 전통을 수호하려는 어머니 엘리노어 왕비이다. 왕비는 메리다가 품위와 교양을 갖추어 왕국의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라지만, 메리다는 자유를 억압하는 어머니의 방식에 분노한다. 이 모녀의 충돌은 현실 세계의 부모-자녀 간의 세대 차이와 이상 차이를 가장 현실적으로 투영한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메리다는 마녀에게서 운명을 바꿀 마법을 얻게 되고, 그 마법은 어머니를 무시무시한 곰으로 변하게 만든다. 이 마법이 불러온 재앙은 단순한 판타지적 사건이 아니라, 메리다가 어머니의 입장을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오만함에 대한 메타포이다. 곰으로 변한 어머니는 왕비로서의 지위와 언어 능력을 잃고, 가장 취약한 존재로 전락한다. 메리다는 어머니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곰이 된 어머니와 함께 험난한 숲속을 헤매며 처음으로 어머니의 고통과 희생을 이해하게 된다. 이 여정을 통해 두 사람은 비로소 상대방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진정한 공감과 용기를 배운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은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용감함(Brave)은 칼을 휘두르는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줄 아는 내면의 힘이다. 메리다와>메리다가 전통에 묶인 왕국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취하는 최종적인 행동은 결혼 상대를 정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이로써 픽사는 수동적인 공주가 아닌,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는 주체적인 여성 주인공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의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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