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블랙록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BUIDL’ 담보 자산 편입

/ 바이낸스

|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 ‘BUIDL’을 자사 장외(OTC) 담보 인프라에 편입하며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시장의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관 전용으로 운용돼 온 블랙록의 달러 표시 유동성 펀드가 글로벌 최대 거래소의 담보 자산으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온체인 금융이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와 맞물리며 본격적인 ‘융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낸스는 18일(현지시간) “블랙록의 USD 기관 디지털 유동성 펀드 ‘BUIDL’을 바이낸스 장외 담보 인프라에 통합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관 투자자들은 BUIDL 토큰을 제3의 수탁기관(커스터디)에 그대로 보관한 상태에서도 바이낸스로부터 거래소 신용을 부여받아 다양한 거래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수탁 자산은 안전하게 외부에 둔 채, 거래소에서는 그 가치를 담보로 레버리지·헤지 등 운용 전략을 펼치는 구조다.

BUIDL은 블랙록이 지난해 3월 디지털 자산 토큰증권 스타트업 ‘시큐어리타이즈'를 통해 발행한 토큰화 펀드다. 미국 국채나 환매조건부채권 등 단기 우량 채권에 투자해 이자를 벌어들이고 그 수익을 온체인 상의 토큰 보유자에게 배당하는 구조의 기관 전용 머니마켓펀드다. 기존의 MMF가 증권계좌로만 접근 가능했다면, BUIDL은 같은 성격의 상품을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 옮겨놓은 셈이다.

이번 조치로 기관 투자자들은 BUIDL을 ‘현금성 안전 자산’이자 ‘거래 담보’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예컨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노리면서도 필요 시에는 해당 토큰을 담보로 바이낸스에서 파생상품·현물 거래를 병행하는 식의 자본 효율 극대화 전략이 가능해진다. 수탁 안정성(제3자 보관)과 거래소 유동성(온익스체인지 크레딧)이 결합되는 구조다.

바이낸스의 ‘뱅킹 트라이파티' 솔루션도 전통 금융의 담보 관리 방식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 시스템은 법정화폐나 국채 같은 담보 자산을 거래소 내부가 아닌 제3의 은행에 온전히 예치해 두고, 그 가치를 기반으로 거래소가 신용을 제공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전통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은행·브로커·수탁기관이 참여하는 삼자(三者) 담보 관리가 일반적인데, 바이낸스가 이 구조를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끌어온 셈이다. 블랙록 글로벌 디지털 자산 책임자 로비 미치닉은 “BUIDL이 주요 디지털 시장 인프라에서 담보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전통 금융의 핵심 요소가 자연스럽게 온체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BUIDL은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한층 공격적인 확장에 나선다. 기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더해, 바이낸스 생태계의 기축 체인인 BNB 체인 기반의 새로운 펀드 주식 클래스를 출시해 활동 무대를 넓힌다.

BNB 체인 사업개발 책임자 사라 송(Sarah Song)은 “BNB 체인은 확장성과 거래 비용 측면에서 금융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인프라”라며 “BUIDL은 국채 등 실물 자산을 프로그래밍 가능한 온체인 금융상품으로 전환해 그동안 없던 새로운 투자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낸스 입장에서는 이번 제휴를 통해 ‘가격 변동성이 큰 코인 담보’에서 ‘안정적인 실물 자산 담보’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효과도 얻는다. 캐서린 첸 바이낸스 VIP·기관사업 부문 대표는 “기관 고객들은 담보를 기반으로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 자산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며 “BUIDL을 담보 시스템에 추가함으로써 이 같은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기관들이 각국 규제에 맞춰 운용 규모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돕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은 규제 대응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각국 당국이 거래소 자산·고객 자산 분리 보관, 담보 관리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손질하는 상황에서 제3자 수탁기관과 은행을 끼운 삼자 구조의 담보 솔루션은 규제 친화적 모델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 파산·해킹 등의 리스크가 발생해도 기초 담보 자산은 외부 금융기관에 따로 보관돼 있다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수단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바이낸스는 앞으로도 블랙록을 포함한 여러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실물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잇는 ‘차세대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토큰화된 국채와 머니마켓펀드를 거래소 담보·결제 인프라에 본격적으로 연결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단순 투기 시장이 아닌 전통 금융을 보완하는 새로운 유동성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