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GPU는 더 이상 일부 연구실의 장비가 아니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국내 GPU 배분 구조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에 머물러 있고, 지방대학과 지역산업 대부분은 기본적인 인공지능 연구 인프라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수도권 대학들은 GPU 임차지원 사업의 혜택을 본 반면, 지방대학은 여전히 게임용 GPU 몇 장으로 버티며 미래 산업 교육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GPU가 없는 지역은 연구가 불가능하고, 연구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산업과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
▲ 젠슨황 AI가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업이 없는 지역을 청년이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이는 인구 소멸과 지역 공동화로 직결된다. 지역대학이 AI 기반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도 실험용 GPU조차 부족해 현실적으로 경쟁력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지역균형발전의 한계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균열로 이어지는 중대한 구조적 문제다.
정부가 확보한 GPU 5만 장의 배분 계획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GPU를 수도권 중심 기관에 다시 집중시키는 순간, 지역은 더 빠르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GPU를 지방대학에 우선 배분하면 지역의 연구실이 살아나고, 연구실이 살아나면 지역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창업과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이 정착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는 산업”이며, 할 수 있는 산업은 GPU에서 시작된다.
각 지역의 산업 특성과 GPU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부산·울산·경남권은 조선·항만·물류 AI, 전북권은 농업·식품·스마트팜 AI, 강원권은 의료·산림·기후 AI, 광주·전남권은 자동차·로봇 AI, 제주권은 환경·관광 AI가 가능하다. 이러한 산업별 AI 모델은 고성능 GPU 없이는 학습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방대학에 GPU가 들어가면 지역산업과의 공동 연구가 쉬워지고, 이는 지역경제의 체질 자체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기반이 된다.
콘텐츠·문화 분야 역시 GPU와 밀접하다.
K-힙합 월드리그나 지역 기반 공연·영상 산업 육성 정책도 실제로는 AI 작사·작곡, 안무 생성, 영상 합성 등 GPU 기반 생성형 기술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지역 아티스트와 창작자에게 GPU 기반 AI도구가 제공되면 지역 문화산업은 수도권의 하청 구조를 벗어나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할 수 있다.
인천, 부산, 광주, 대구 등 지역별 연고 프로젝트가 GPU 활용과 결합될 때 새로운 창작 생태계가 열릴 수 있다.
GPU는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방 제조업체와 중소기업들은 자체 AI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해 외부의 AI 솔루션 의존도가 크다.
그러나 지방대학이 GPU 기반 AI 실험실을 갖추면 지역 기업은 대학과 공동 모델을 개발할 수 있고, 지역 청년들은 그 과정에서 산업형 AI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역기업 혁신과 창업으로 이어지고, 지역 내 기술 생태계의 자생력을 높인다.
결국 GPU를 어디에 배분하느냐는 단순한 장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 산업 지도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된다.
AI 시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도로·철도·SOC가 아니라 GPU·데이터·산업AI 인프라로 시작된다. GPU를 가진 지역은 기술과 산업, 인구와 문화가 살아나고, GPU가 없는 지역은 경쟁에서 밀려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확보한 GPU를 지방대학과 지역산업에 우선적으로 배분하고, 이를 지역기업·창작자와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국가전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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