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가치 인정받아 3월 등록 예고했지만…"자료 수량 오차"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수목원 역사를 담은 기록 자료를 국가유산으로 등록하려던 절차가 보류됐다.
18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근현대문화유산분과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태안 천리포수목원 조성 관련 기록물'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보류하기로 했다.
올해 3월 등록 예고를 고시한 뒤, 각계 의견을 검토했으나 국가등록문화유산 목록에 최종적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셈이다.
위원회 측은 회의록을 통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대상 변경 요청을 반영해 해당 기록물에 대해 재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남 태안반도 서북쪽 해안에 자리한 천리포수목원은 미군 장교로 한국에 왔다가 귀화한 고(故)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1921∼2002)이 1970년 조성한 수목원이다.
한국 최초의 사립수목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가유산청은 설립자 민병갈이 작성한 토지 매입 증서, 업무 일지, 식물 채집·번식·관리 일지, 해외 교류 서신 등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록물은 1946년부터 1989년 사이에 작성된 자료를 아우른다.
국가유산청은 기록물 수량이 '2종 각 1식'이라고만 밝혔으나, 등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량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점이 지적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안군 측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처음 신청했을 당시 기록물은 수가 많지 않았으나, 이후 일괄 신청하는 과정에서 수량이 맞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 역시 "(천리포수목원 관련) 기록물 수량을 확인했을 때 오차가 발생했다"며 "신청 당시와 비교해 다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천리포수목원 관련 기록물은 올해 안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기 어렵게 됐다.
현행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장은 예고가 끝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천리포수목원 기록물의 경우, 지난 4월 17일 등록 예고 기간이 끝난 상태다.
국가등록문화유산에 올리려면 등록 예고와 심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국가유산청 측은 "관련 자료의 양이 방대하면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다"며 "향후 재조사 과정을 거쳐 (등록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등록문화유산은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건설·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이 지났으며 보존·활용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해 등록한 문화유산이다.
최근 들어서는 등록문화유산 현황 조사와 검증이 깐깐해지는 추세다.
2005년 등록된 '진주 하촌동 남인수 생가'는 근거 자료를 신뢰할 수 없어 등록이 말소됐고, '은제이화문화병'은 왕실 유산이 아니라 일본 제품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올해 6월에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위된 미군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됐다고 알려진 '미카형 증기기관차 129호'가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위를 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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