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질(瘧疾)을 제주에서는 '말거리'라고도 한답니다.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 즉 사투리 또는 방언입니다. 말라리아 병원충을 가진 학질모기에게 물려서 감염되는 법정 감염병은 표준어로 학질이고 제주 사투리로는 말거리인 셈입니다. 말라리아 병원충이 가져오는 병이어서일까요? 말거리는 병(病)을 뜻하는 '거리'라는 흔적을 보전하여 말거리가 일종의 질병임을 알립니다. 볼이 붓는 병을 뜻하는 볼거리와 월경의 고유어인 달거리에서도 유사한 흔적이 보이고요.
대머리도 같은 사례로 묶이는 낱말입니다. 표준어 대머리의 사투리는 번대머리, 번대, 빈대머리, 빤대머리, 뺀대머리, 뻔들머리, 민대머리 등이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대머리는 그 자체로 '머리'를 의미한다고 보겠습니다. 이는 대가리, 대갈팍 같은 단어에서도 확인됩니다. 대+머리로 나누어 대가 곧 머리카락 없음을 뜻한다는 식의 분석은 잘못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대머리는 보통 빛을 뜻하는 '번'+대머리나 아무것도 없음을 뜻하는 '민'+대머리에서 번, 민이 탈락하여 굳은 말로 보는 편이 일리 있는 이유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조현용,『우리말 교실』, 마리북스, 2018, pp. 254-256. - 말거리, 대머리 해설 일부 인용
2.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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