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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법정 정년 65세 연장 논의가 본격화하자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1년 미만 근로자의 2.95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에 인력 고령화가 겹치면서 생산성은 떨어지는 반면 인건비는 급증할 것이란 지적이다.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은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인력 비중이 크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인건비 상승분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 반면 중소 부품업체는 인력 구조가 단순하고 납품단가가 고정돼 있어 인건비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8.1%로 대기업(9.4%)의 약 2배 수준이다. 인건비가 매출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구조에서 정년이 늘어나면 신규 인력 충원이 어려워지고, 인건비 증가 속도가 매출을 앞질러 경영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작업 공정이 많은 부품업체는 고령 근로자가 늘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신규 투자는 줄고 젊은 기술 인력의 유입도 막혀 산업 세대교체가 지연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
한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임금체계가 여전히 연공형이라 정년이 늘면 인건비도 함께 불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 부품업체는 납품단가가 수년씩 묶여 있어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부품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무공해차 840만~980만 대를 보급해 전체 차량의 30~35%를 무공해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이를 달성하려면 전동화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설비 투자와 인력 재배치가 시급하지만,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 대응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급격한 전환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과 연쇄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부품기업 1만여 곳 중 45.2%가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 종사자는 전체 고용의 47.2%(약 11만 5000명)에 이른다. 반면 미래차 부품으로 전환을 완료한 기업은 전체의 19.9%에 그친다.
이처럼 업계가 흔들리는 사이 거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 부품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도 잇따른다. 자국 경쟁이 격화되자 중국 기업들은 공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기술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배경이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와 탄소중립 연료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병행해 감축 목표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규제 중심이 아닌 과감한 수요 창출 정책으로 산업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품업계 관계자는 “정년 연장과 탄소감축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로 인해 산업 기반이 무너진다면 의미가 없다”며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목표 설정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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