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계절이 되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것이 전기장판이다. 두꺼운 이불보다 빠르게 따뜻해지는 온기 덕분에 매년 이맘때쯤이면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하지만 따뜻함만큼 위험도 함께 따라온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전열기기 화재의 상당수가 전기장판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사용자의 부주의나 오래된 제품 사용이 원인이다.
전기장판은 내부 열선에 전류를 흘려 열을 발생시키는 구조로 장시간 사용하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내부 온도가 6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이때 이불이나 요, 쿠션 같은 두꺼운 소재로 덮이면 열이 갇히며 과열이 일어난다.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여도 내부 열선이 손상되면 절연이 깨져 스파크가 튀거나 불이 붙을 수 있다. 실제로 누전 차단기가 없는 오래된 주택에서는 이 작은 불꽃이 큰 화재로 번진 사례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보관 습관이다. 여름이 지나면 장판을 돌돌 말아 장롱 속에 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열선이 반복적으로 구부러지면 금속 피복이 손상돼 겨울에 다시 펼쳤을 때 합선이 발생하기 쉽다. 겉면이 멀쩡해 보여도 내부에서 절연이 끊어져 있다면 언제든 발화 가능성이 있다.
불나지 않게 사용하는 기본 수칙
전기장판을 안전하게 쓰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접힘 금지’다. 장판은 반드시 평평하게 펴서 사용해야 한다. 접힌 상태로 사용하면 특정 부위에 열이 집중되면서 피복이 녹거나 열선이 끊어질 수 있다. 보관 시에도 반듯이 넓게 펴거나, 두세 번만 느슨하게 접어야 한다. 절대 말아서 보관하지 않는다.
전기장판은 내부가 전도체 구조이기 때문에 세탁기에 넣는 순간 물이 스며들어 절연층이 손상될 수 있다. 오염이 심할 때는 물수건으로 가볍게 닦은 후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냄새 제거를 위해 탈취제를 뿌리거나 드라이기로 가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제품의 온도 조절 장치도 점검이 필요하다. 오래된 장판은 온도 조절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정 시간 후 과열되는 사례가 많다. 3년 이상 사용한 제품이라면 겨울이 오기 전 반드시 점검을 받는 것이 좋다. 콘센트는 멀티탭이 아닌 벽면 전원에 직접 꽂아야 한다. 여러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면 부하가 커지고, 열이 누적돼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취침 중에는 반드시 전원을 끄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약’ 단계로 켜두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인체가 장시간 같은 부위에 열을 받으면 피부가 손상된다. 얇은 이불이나 담요를 사이에 두고 사용하고, 바닥이 단단한 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스프링이 눌리며 열선이 휘어지고,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뜻함은 유지하고, 몸은 지키는 온도
전기장판을 무조건 뜨겁게 사용하는 건 몸에도 좋지 않다. 너무 높은 온도는 등과 허리에 부담을 주며, 체온보다 높은 온도가 지속되면 피부 속 혈관이 팽창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른바 ‘저온 화상’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붉은 자국처럼 보여도 피부 진피층이 손상된 상태다.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38~40도 정도다. 이 온도는 인체의 순환을 돕고,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킨다. 잠들기 전 30분 정도 예열한 뒤, 취침 시 전원을 끄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남은 열로도 침구 안은 충분히 따뜻하다. 만약 허리나 어깨가 자주 뻐근하다면 전기장판 대신 온열찜질팩이나 전기담요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또한 전기장판 위에서 엎드려 자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복부와 가슴이 장시간 압박되면 체온이 과도하게 올라 피로감이 쌓이고, 순환이 방해된다. 등을 대고 누울 때도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보다, 중간에 체위를 바꾸거나 타이머 기능을 사용해 일정 시간 후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것이 좋다.
따뜻함 속의 위험, 습관이 안전을 만든다
겨울철 전기장판 화재는 대부분 작은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약하게 켜두면 괜찮다는 안일함, 구겨진 채로 사용하는 습관, 전선을 아무 데나 접어두는 행동이 사고의 원인이 된다. 전기장판은 안전하게만 사용하면 가장 효율적인 난방기기지만, 관리가 소홀하면 순식간에 화재의 불씨가 된다.
제품을 사용할 때는 전원선 피복이 벗겨지거나 눌린 흔적이 없는지, 플러그가 느슨하지 않은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화재 예방을 위해 전원 코드를 자주 뽑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완전히 차단하는 게 좋다. 장판을 켜둔 채 외출하는 일은 절대 금지다.
잠잘 때는 전원을 완전히 끄기보다 ‘타이머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취침 전 30분 정도 미리 켜서 침구를 데워두고, 잠들 무렵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하면 온기를 유지하면서도 과열을 막을 수 있다. 타이머 기능이 없는 구형 제품이라면 수면 30분 전 전원을 끄고, 따뜻함이 남은 상태에서 잠드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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