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민주당, 청류파는 야당인 국민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이었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대미(對美)의 압박과 중원(中原)의 맹약
천하가 삼분되어 조조(曹操)가 통치하는 중원(中原, 대한민국)은 비록 가장 강대했으나, 서쪽의 강성한 오랑캐(미국)와의 굴욕적인 맹약 이후 막대한 국고를 국경 너머로 쏟아부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 맹약으로 인해 중원 내 산업과 고용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산업 공동화(産業空洞化)'의 망령이 허도(許都, 용산 대통령실)를 감돌기 시작했다.
조조는 일찍이 난세를 평정하고자 '협천자이령제후(挾天子以令諸侯)', 즉 천자(天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하는 대업을 이룩했으나, 그의 통치는 늘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 뒤에 때로는 가혹한 법집행이 따랐기에, 그의 휘하에는 사리사욕에 밝은 탁류파(濁流派, 민주당) 무리들이 들끓었고, 옛 한(漢)나라의 예법과 명분을 중시하는 청류파(淸流派, 국민의힘)는 그를 경계하며 강동(江東)의 맹주 손권(孫權, 윤석열 前 대통령)을 넌지시 지지하는 형국이었다.
조조는 대신들을 물리친 밤, 홀로 옥좌에 기대어 근심에 잠겼다. 서번(西蕃, 미국)과의 맹약으로 중원의 일곱 호족(七大 그룹 총수)들이 내년 수십 년간 칠백삼십조(七百三十兆)에 달하는 거대한 재물을 서번의 땅에 바쳐야 할 판이었다.
“일찍이 나는 군량미가 부족해도 백성의 희생으로 뜻을 이루었거늘, 하물며 나라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 무너지면, 내가 지킬 중원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즉시 최측근인 순욱(荀彧)에게 명하여 중원의 실질적인 부를 틀어쥔 일곱 호족—삼성(三星)의 이회장, SK의 최회장, 현대차(現代車)의 정의선, LG의 구회장 등—을 허도의 긴급 회의에 소집토록 했다.
조조가 용상(龍床)에 앉아 서늘한 기운을 풍기자, 일곱 호족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들은 중원의 명운이 자신들의 재력에 달려 있음을 알기에, 긴장감은 칼날 같았다.
조조의 당부: “발이 없으면 어디로 가리오?”
회의가 시작되자 조조는 서번과의 맹약의 불가피성을 먼저 설파했다. 그러나 이내 그의 목소리는 준엄해졌다.
“경들, 내가 서번의 강요를 막지 못하여 그대들의 재물을 빼앗기게 된 것은 통탄할 일이다. 허나, 그대들의 눈빛은 이미 서번의 땅에서 얻을 이익만을 쫓고 있는 듯하니, 이 조조가 심히 근심스럽다.”
조조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고명한 가르침을 인용했다. 이는 삼국 시대 그의 비장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일화와 흡사했다.
“고서에 이르기를, ‘발이 없으면 천 리 길도 못 가고, 근본이 없으면 가지가 마른다’고 했다. 경들은 지금 천문학적인 재물을 해외에 투자하여 당장의 관세 장벽을 피하려 하지만, 하물며 우리 중원의 생산과 고용이 위축되어 산업 공동화가 일어난다면, 누가 그대들의 상품을 소비하고, 누가 그대들의 군대를 먹여 살릴 것인가! 대미 투자가 강화되더라도 국내 투자가 줄지 않도록 마음을 써달라.”
특히 조조는 일곱 호족들에게 균형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낙후된 지방에도 투자를 확대하여 인재가 모일 수 있는 거점(光州, 龜尾, 蔚山 등)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일곱 호족의 맹세: 팔백삼십삼조의 서약
조조의 준엄한 당부에 호족들은 일제히 엎드렸다. 이들은 조조의 심기를 달래고, 자신들의 안위를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선두에 나선 것은 가장 큰 호족인 삼성(三星)의 이회장. 그는 웅장한 목소리로 향후 5년간 사백오십조(四百五十兆) 원을 중원에 투입하여 평택(平澤)에 최첨단 생산 기지를 증축하고, 매년 육만(六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재를 채용하여 공동화의 근심을 뿌리 뽑겠다고 맹세했다.
이어서 SK의 최회장은 일백이십팔조(一百二十八兆)를, 현대차(現代車)의 정의선은 일백이십오조(一百二十五兆)를, LG의 구회장은 일백조(一百兆)를 약속했다. 특히 구회장은 총 투자액 중 육할(六割, 60조 원)을 중원의 고질적인 약점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개발에 쏟아부어, 외국 세력의 기술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총합은 팔백삼십삼조(八百三十三兆)를 훌쩍 넘는 실로 중원의 대역사였다. 조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바로 강대국의 압박 속에서도 중원의 '연구개발(R&D)과 최첨단 공장'은 허브로 남기고, 해외에는 생산 거점 스포크만을 두겠다는, 이른바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의 중원식 선언이었다.
청류파의 비판: 약속과 규제의 역설
한편, 청류파는 이 회의 소식을 듣고 강동의 막사에서 비웃음을 흘렸다. 청류파 대신들은 조조의 위선적인 통치를 비판했다.
“조조께서 회의에서 호족들에게 규제를 신속히 정리하고 기업 활동의 장애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하셨다 들었다. 이는 마치 도로를 닦아주겠다는 말과 같으니, 호족들이 크게 기뻐할 만하다.”
또다른 청류파 대신들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허나, 조조는 언제나 약속과 행동이 다른 법이다. 그는 동시에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여 호족들의 이사회 충실 의무를 강화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지 않는가? 이는 호족들이 마음 놓고 전진하도록 도로를 닦아주기는커녕, 길목마다 새로운 징세소와 감시탑을 세우는 격이다. 겉으로는 친기업을 외치나, 속으로는 호족들의 권력을 견제하려는 **규제 역설(逆說)**이니, 어찌 천하의 호족들이 마음 편히 투자할 수 있겠는가!”
청류파 대신들은 조조의 통치가 불안정하다고 수군거렸다. 조조가 팔백삼십삼조의 맹세를 받아냈음에도, 그가 약속한 '친기업 환경'의 진정성이 그의 통치 일관성 부족으로 인해 의심받고 있었던 것이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