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가 잉글랜드 리그에서 뛴다고? 거 허풍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124년 전 인천 강화의 축구 소식이 영국에 전해졌을 때 현지의 반응은 이랬을지도 모른다.
1901년 3월21일 대한성공회 선교사 S J 피크(백요한) 신부는 영국 잡지 모닝 컴(Morning Calm) 편집부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이곳 강화학교 축구팀은 지난 몇 년간 G A 브라이들(부재열) 신부에게 체계적으로 훈련받았습니다. 경기력이 썩 괜찮습니다. 조금만 더 훈련시키면 잉글랜드 리그에서도 충분히 뛸 수 있을 듯합니다.” 이 기록은 한국 축구의 뿌리가 인천 강화도에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124년 전 이미 강화의 어린 선수들이 축구공을 차며 근대 스포츠의 문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인천은 그 전통을 잇는 대한민국 축구의 효시(嚆矢)로 불린다. 수많은 명선수와 풍부한 지역 축구문화를 배출하며 시민구단 인천유나이티드 FC를 중심으로 ‘축구 도시 인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토대 위에서 추진되는 ‘인천축구효시기념관’ 건립은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니다. 인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미래 세대에게 지역의 자부심을 전승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교육·문화 복합공간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기념관은 인천유나이티드와의 협력을 통해 그 가치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바탕으로 ‘팬과 함께하는 구단’,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구단’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기념관은 구단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담아내며 유소년 육성·클럽하우스·팬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과 연계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지닌다.
또 최근 강화군이 추진 중인 북부권역 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은 기념관과의 연계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강화군은 송해면·하점면·양사면 일대 약 6만㎡(약 1만8천평) 규모 부지에 축구장과 풋살장 등을 조성해 유소년 대회 유치와 생활체육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 두 사업이 결합되면 인천축구효시기념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축구문화·교육·관광이 결합된 복합 스포츠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인천유나이티드의 팬층과 강화도의 관광 인프라, 지역주민의 체육 참여가 어우러질 때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제고라는 실질적 효과도 기대된다.
결국 인천축구효시기념관 건립의 타당성은 △역사적 가치 △교육·문화적 파급력 △지역경제 기여도 △지속적 협력 가능성에서 충분하다. 인천유나이티드의 브랜드파워와 시민의 높은 축구 열기는 기념관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인천축구효시기념관은 과거의 영광을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천 축구의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인천유나이티드와 강화군,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인천이 다시 한번 한국 축구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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