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좋은 의미로만 봐야할까. 오랫동안 시청자에게 사랑 받아 '생존' 했다기보다 새로운 '변화' 없이 그저 '안주'하고 있는 모습으로만 비춰진다.
제 시간이 되면 버릇처럼 틀어 놓는 프로그램이 시청률 1위, 지상파 예능의 현주소다. KBS2 '1박 2일', SBS '미운우리새끼'가 대표적이다. 수치만 보면 1위지만 화제성은 전무하다.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률마저 하락하고 있다.
OTT, 유튜브, 틱톡 등 볼거리 풍성한 채널이 여럿인데 지상파 TV 속은 늘 같은 그림이다.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 층이 리모콘을 손에 쥐지 않는 이유다. 40대 이상 중장년층도 '재미 없는' 예능을 볼 바엔 그저 침대에 누워 쇼츠를 보는 것이 훨씬 즐겁다.
지상파 방송사는 저마다 제작비 부족 등 방송 제작 환경을 탓하며 시름하고 있다. 시청률, 화제성이 떨어지니 광고가 덜 붙고, 제작비가 여유롭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 시청률 왕좌를 지켜온 '미운우리새끼'는 10월초 10%대 였던 시청률이 지난 16일 5.4%까지 하락했다. 오랫동안 비슷한 포맷을 유지해 온데다가 프로그램 인기의 일등 공신이던 이상민, 김준호 등이 결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한계'에 직면한 모양새다.
반면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신인감독 김연경'은 첫 방송 2.2% 시청률로 시작해 꾸준하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9일, 7회 방송은 4.9%까지 치솟았다. 어제(16일)는 야구 중계로 편성 시간이 늦어지면서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신인감독 김연경'은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 2.4%로, '미운 우리 새끼' '1박 2일 시즌4' 등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제치고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여기서 들여다봐야 할 것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시청자가 신선한데 재미까지 있다면 채널을 돌린다는 것이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배구의 신' 김연경이 0년차 감독으로서 도전과 성장을 그린다. 특히 프로팀에서 방출되거나, 아직 프로의 문턱을 넘지 못한 선수, 은퇴 후 복귀를 꿈꾸는 선수 등 각자의 이유로 언더독이 된 이들이 '원더'로 도약하기 위해 피 땀 흘려가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 많은 시청자들이 박진감 넘치는 '배구' 경기에 빠졌다. 이른바 '식빵 언니'로 불리는 '전설' 김연경의 털털하면서도 '배구'에 진심인 모습이 시청자를 매료 시키고 있으며, 제작진의 탁월한 연출력도 프로그램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마치 만화처럼 그려지는 선수들의 성장 스토리가 그 어떤 예능보다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신인감독 김연경'은 1회 연장 방송을 확정한 상태다.
앞서 MBC는 지난 2월 새롭게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굿데이'로 높은 화제성을 이끌었다. 국민예능 '무한도전'의 김태호PD가 고향이나 다름없는 MBC에서 국내 최고의 스타 지드래곤과 손잡고 펼친 이 예능 프로그램은 신선함 그 자체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반가운 얼굴 정형돈, 광희부터 배우 김수현, 정해인, 임시완, 가수 에스파 등 역대급 게스트 출연도 회마다 화제였다. 애초 8회로 제작 된 '굿데이'는 최고 시청률 4.3%, 최저 2.7%에 그쳤지만 많은 시청자가 TV 리모컨을 손에 쥐게 만들었다.
지난 5월 시즌제로 돌아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도 최고 시청률 5.4%를 기록, 동시간대 '미우새'를 제대로 위협했다. 제작진은 시즌4까지 불과 3년 밖에 시청자를 만나지 않았는데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가 점점 식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 종영 의사를 내비쳤다. 기안84도 시즌5를 확신하지 않았다. 과감한 결단이 눈길을 끌었다.
대신 MBC는 오는 30일부터 다시 기안84를 내세운다. 기안84가 상상 초월 마라톤 코스에 도전하는 '극한84'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신인감독 김연경' 후속이다.
MBC는 최근 10년 장수 프로그램 '복면가왕' 종영을 공식화 했다. 올 연말까지 방송하고 내년 시즌제로 새롭게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KBS와 SBS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1박 2일'과 '미운우리새끼'는 이미 식상할 때로 식상해 졌다.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제작 환경을 탓하기 이전에 과감한 도전이 필요할 때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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