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7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존립위기 사태' 발언에 반발해 중국이 자국민 대상 '일본 방문 자제' 조치를 내린 데 대해 항의의 뜻을 밝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기하라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적 교류를 위축시키는 듯한 발표는 정상 간에 확인한 전략적 호혜 관계의 추진 등 큰 방향성과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측에 관련 입장을 전달했으며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열어 현안을 논의했다.
당시 회담에서 두 정상은 공통적으로 '전략적 호혜 관계'를 언급했다.
전략적 호혜 관계는 2006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한 이후 2008년 후쿠다–후진타오 공동성명에서 양국 관계의 기본 틀로 명문화된 개념이다. 양국이 경쟁과 대립이 아닌 관계 개선을 중시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한편 중국의 대일 압박은 해상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중국 해경국 소속 선박 4척이 전날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일본 영해에 잇따라 진입했다. 영해 침입은 지난달 15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기하라 장관은 이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조속히 퇴거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며 유감을 표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유사와 관련해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가 수반된다면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는 경우"라고 말했다.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집단자위권(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 사실상 자위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과거에도 일본 정부는 "대만 유사는 곧 일본 유사"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그것이 헌법 해석상 '존립위기 사태'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의도적으로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현직 총리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공식 석상에서 이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대응은 거세다.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8일 엑스(X·옛 트위터)에 "멋대로 들이박아 오는 그 더러운 목은 한순간의 주저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중국은 13일 주중 일본 대사를 심야에 불러 항의했고, 14일에는 주일 중국 대사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나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를 권고하는 조치도 내렸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직 발언을 철회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일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일본 외무성의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중국으로 향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나이 국장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고, 중일 간 입장 차이가 있더라도 인적 교류에는 영향을 줘선 안 된다는 취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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