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0월 국내 철강 수출량은 218만9490톤(t)으로 지난해 같은 달(246만8922t)과 비교해 11.3%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9월(-19.1%)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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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는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고관세율 영향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25%를 발효한 올해 3월 이후 6월까지 20만t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6월 관세가 50%로 인상된 이후 7월 10만t대로 뚝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관세는 국내 철강업체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 양대 철강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로부터 받은 관세 납부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가 부과된 3월부터 12월까지 내야 할 금액은 약 4000억원(2억81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2분기 양사의 영업이익에 맞먹는 액수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철강이 포함된 407개 제품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최근엔 기업들로부터 관세 품목 추가 요청을 받은 95건, 약 700여개 품목의 추가 관세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 품목에도 50% 관세를 추가 적용하면 국내 업체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자국 내 철강업체 보호를 위해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TRQ 제도 도입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기존 수입 쿼터가 47% 축소(3053만t→1830만t)됨과 동시에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해선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를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을 대체할 국가로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중동 국가로의 수출은 한국과 베트남으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중국 업체가 공격적인 수출 전략을 취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아울러 일본 정부도 최근 한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에 대한 반덤핑(AD) 조사에 돌입했는데 이 결과에 따라 내년 일본향 수출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철강 수입 규제 강도를 내년에도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한국 철강 수출은 대략 3%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벼랑 끝에 놓인 철강 부문을 살리기 위해 고도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정책 수혜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기업의 선제적인 설비 규모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으로 이에 동참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어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철강은 제조업의 기초 소재인 만큼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거나 가격 상승이 높은 품목에 대해선 관세 부과를 예외로 인정해 줄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 업체들도 고부가 제품이나 미래 성장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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