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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지역의사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박지용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의사제는 직업의 자유가 일정 기간 제한될 수 있지만, 이는 자발적 선택과 명확한 반대급부를 전제”라며 합리적 범위 내의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 법률안들의 골자는 별도의 ‘지역의사선발전형’을 통해 의과대학에 입학한 학생에게 국가가 입학금, 수업료,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 전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해당 학생은 면허 취득 후 최장 10년간 복지부가 지정하는 지역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한다.
이에 대해 박지용 교수는 “지역 필수의료 공백 해소라는 입법 목적은 헌법상 건강권 보장이라는 중대한 공익에 직결되는 정당한 것”이라며 “지역의사제는 의료인력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곳에 배분해 모든 국민이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권·건강권·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입법적 시도”라고 규정했다.
특히 의무 불이행 시 면허 취소라는 제재는, 의사 직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단순한 금전적 제재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입법 목적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제도 추진에 대한 위헌적 요소는 적지만, 단순히 의무 근무 제도 도입만으로는 지역의료를 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지역에 의사를 몇 명 더 배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에서 암·심뇌혈관·응급질환을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재 법안이 의사가 의무 근무하는 내용만 있을 뿐, 지역의사제로 육성된 의사가 지역 필수의료 신뢰 회복의 주체로 성장할만한 교육·수련·경력 경로 설계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 또한 “현재 지역을 지키고 있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력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지역에서 정착해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에 정착할 의사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뢰 형성을 위해 아예 지역의사제를 지역 출신 의사로 채우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영수 경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역의사제에서)지역 출신 · 지역 연고 중심으로 선발해 지속 근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지역민은 ‘잠시 파견된 의사’보다 ‘우리 지역 사람이 된 의사’를 더 신뢰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환자로서는 지방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지역의사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역의사제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일본·독일·호주·미국·캐나다 등에서 이미 검증된 정책”이라며 “지역 필수의료 공백으로 생명권과 진료받을 권리가 위협받는 지방 환자들을 위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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