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펜스 있고 기본 가전제품도 설치 마무리 안 돼
지체보상금 부담 신탁사가 입주 재촉…시행사 "신탁사가 일방 결정" 내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해운대구 한 신축 오피스텔에서 입주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신탁사가 수분양자들에게 입주를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듀플리체' 오피스텔(총 98호실)과 관련해 수분양자들의 민원이 해운대구에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해당 오피스텔은 시행사인 아이엠디씨가 위탁한 'KB부동산신탁'이 개발하는 곳으로 지난 10월 20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분양계약서상 지난해 6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준공이 15개월 지연됐다.
수분양자들은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 내 입주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분양계약서에서 따라 해제하려고 했지만, KB부동산신탁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1심 판결에서는 1건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가 타당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KB부동산신탁은 이런 상황에서 준공 직후부터 수분양자들에게 입주를 재촉해 반발을 사고 있다.
신탁사는 지난달 10월 20일 준공 허가가 나자 이틀 뒤에 안내문을 보내 '바로 다음 날부터 오는 12월 21일까지 60일 만에 입주하라'는 취지로 안내했다.
신탁사는 입주가 시작된 때부터 공사에 대한 지체보상금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반면 입주 지정일 종료 이후에는 잔금 미납이나 대출 미실행에 대한 책임이 수분양자에게 넘어간다.
현재 오피스텔 주변은 공사 펜스가 그대로 설치돼 있고 자재·폐기물, 미설치된 가전 등이 쌓여 있어 입주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분양자는 "내부 공사는 마감이 덜됐고, 하자가 있는 부분은 수리되지 않았으며, 입주 지원센터조차도 없었다"면서 "통상 수분양자들은 대출을 실행하고, 세입자를 구하는 데 3개월이 필요한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일정을 밀어붙이는 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도 합의되지 않은 일정이라는 입장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저희가 판단하기에도 아직 입주할 환경이 아니어서 수분양자들에게 도의적으로 준비가 끝난 11월 말이나 12월에 입주 안내를 하는 방안을 신탁사와 협의하고 있었는데, 신탁사가 저희 의견을 묵살하고 갑자기 통보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부동산신탁은 분양계약서상 매도인은 자신들로 입주일을 지정하고 통보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장의 준비 부족과 관련해서는 "분양계약서상에 나와 있는 기본 가전에 대한 책임 주체는 시행사로, 신탁사의 책임은 아니지만 도의적 차원에서 협조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며 자재가 쌓여있는 것"이라면서 "통상 사용승인이 나면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입주를 재촉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ready@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