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수원에는 팔색길이 있다. 모수길, 지게길, 매실길, 여우길, 도란길, 수원둘레길, 효행길, 화성성곽길….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이하 수기사)가 2025년 정기회원전으로 ‘수원 팔색길’을 담았다. 때론 무심하고 때론 보이지 않아 스쳐지나 갔던 것들이 프레임에 담겼다. 18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4 2층)에서 길마다 품고 있는 저마다의 이야기와 찰나를 기록한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수원시는 옛길과 등산로, 하천길을 연결하고 단절된 구간을 되살려 수원의 역사·문화·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8개의 테마 길을 지난 2014년 완성했다. 시의 대표 명소인 ‘수원팔경’(水原八景)과 수원의 주 산인 ‘팔달산’(八達山), 교통중심지를 뜻하는 ‘사통팔달’(四通八達)에서 ‘팔’(八)의 긍정적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팔색길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모수길은 물길을 따라 걷는 길로 광교저수지∼화홍문∼팔달문시장∼서호공원∼광교산∼광교저수지를 연결하는 총길이 22.3㎞에 이른다. 수원둘레길은 신대저수지에서 출발해 광교산, 왕송저수지, 칠보산, 황구지천을 거쳐 신대저수지로 되돌아오는 58.5㎞의 긴 구간이다.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부친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현릉원을 참배할 때 왕래하던 효행길(13.2㎞)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한 바퀴 도는 화성성곽길(5.1㎞)도 있다. 또 광교저수지의 수려한 자연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지게길(7.1㎞), 자연하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매실길(17㎞), 광교저수지와 원천호수공원을 연결한 여우길(9.6㎞), 영통신시가지 메타세쿼이아 길을 연결한 도란길(10.5㎞)이 있다.
이번 수기사의 전시에선 팔색길의 풍광과 역사, 문화, 생태 등과 그 길의 사람들을 담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강관모, 강현자, 고인재, 김미준, 김삼해, 류영임, 박종철, 서금석, 이병권, 이선주, 이연섭, 한정구, 홍채원씨 등 13명의 작가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길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그 길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간 사람과 풍경을 담아냈다.
이선주 작가는 수기사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같은 기간 예술공간 다움에서 ‘10월의 어느 날-효행길에서’란 제목으로 별도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시선을 둔다. 누군가는 의미 없다고 생각할 낡은 담벼락의 균열, 오래된 전선에 걸린 낙엽, 벽돌 틈새의 풀잎 하나 등 소박한 존재들에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평범하고, 때로는 별 의미없어 보이는 사물들,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살아있는 것들의 ‘작은 기척’을 담고자 했다”며 “이는 그날의 나와 마주한 대화의 기록이며 아주 작은 존재들이 품고 있던 조용한 아름다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기사는 수원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다큐사진 그룹으로 2008년 12월 창립, 올해로 17주년을 맞았다. 매년 주제를 정해 회원전을 열고 있다. 삶을 기록하고,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세월의 흐름과 개발로 사라져가는 수원의 오래된 마을과 골목, 그곳 사람들을 기록해 마을 사진전을 선보였다. 또 전통시장, 수원천, 수원화성·사람들, 수원의 경계, 수원의 옛 신작로 등을 주제로 한 전시도 선보였다.
이병권 수기사 회장은 “올해 주제인 팔색길은 다양한 테마를 가진 수원의 멋진 길”이라며 “회원들이 어떤 시각으로 그 길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는지 감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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