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기술만 남은 군법무관, 존재 이유를 묻는다

200번 패소하고도 배우지 않는 군사법의 실패

 

확립된 대법원 판례를 무시한 채 비공개·패소·뒤늦은 공개를 반복하는 군의 관행을 해부한다.

‘소송 기술’로 위법 판단을 피하는 얄팍한 전략

 

자료를 뒤늦게 내밀며 “소송 이익이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는 군의 책임 회피 메커니즘.

 변호사 자격에 기대어선 안 되는 ‘못난 엘리트주의’

▲ 군사법정    

 

공존·공생 철학 없이 권한만 휘두르는 법무 조직의 오만함을 직시하며, 군법무관 제도 전면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군사법 현장에서 또 한 번, ‘제도의 실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근 제출된 한 항소심 준비서면은 법리를 다투는 문서라기보다, 무책임과 변명, 그리고 오기가 뒤엉킨 ‘군사법 민낯 보고서’에 가깝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군 당국이 징계위원 명단을 정당한 사유 없이 비공개했고, 결국 1심 법원은 이를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상식적으로라면 패소의 이유를 분석하고 제도적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군은 다른 길을 택했다. 원심 변론이 모두 끝난 뒤에야 자료를 뒤늦게 공개하며, 항소심에서는 “정보를 줬으니 원고의 목적은 달성되었고 소송의 이익이 사라졌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핵심인 ‘위법성 판단’을 피하기 위한 얄팍한 기술일 뿐이며, 법률가의 논리라기보다 지는 것이 억울해 끝까지 떼쓰는 아이와 무엇이 다른가 묻게 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 우발적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군은 징계기록·징계위원 성명공개 문제로만 200건 이상 패소해 왔다. 대법원 판례로 이미 법리가 명확하게 자리 잡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매년 부임하는 신임 군법무관들은 기존 패소 기록을 검토하지 않고, 기존의 법리를 연구하지 않으며, 관성적으로 비공개 결정을 내리고, 똑같은 논리로 소송에 나섰다가 똑같이 패소한다.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고, 훼손되는 것은 국민이 군을 바라보는 신뢰다. 이처럼 반복된 패소에도 반성 없는 조직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를 넘어 제도 자체가 기능하지 않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군사법 체계는 지금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 신뢰의 문제다.

 

문제는 단순히 경험 부족이 아니다. 변호사 자격증을 얻었다고 곧바로 ‘잘난 사람’이 되는 줄 아는, 시대착오적 엘리트주의가 군 내부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이 지녀야 할 공존과 공생의 철학은 실종되고, 법을 권력으로 오해한 채 논리와 책임 대신 아집과 관행으로 움직이는 풍토만 남았다.

 

200번을 넘게 패소하고도 배우지 않는 이 구조는 더 이상 정상 조직이라 부를 수 없다. 이렇게 매년 반복적으로 법리를 무시하고, 판례를 외면하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며, 세금을 허비하는 군사법 체계는 존재 이유 자체를 다시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제도의 유지가 아닌,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한 단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개선이 아니다. 군 법률조직의 철학과 구조를 완전히 재설계하는 근본적 점검이다. ‘법기술’만 남고 실력과 책임은 사라진 군사법 체계, 이제는 군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그 존재 이유를 따져 물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