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친구중에 과일계의 아인슈타인이 있다 제주도에서 귤을 재배하고 있다. 이분의 글을 옮긴다
나무를 바라보면 누구나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똑같은 나무, 똑같은 가지에서 자란 열매인데 어떤 것은 유난히 달고, 어떤 것은 밋밋하다.
이상하게도 높은 가지 끝에서 데롱데롱 흔들리는 열매가 훨씬 맛있고, 가지에 목을 치켜들고 딱 붙어 있는 열매는 덜하다.
▲ 김진한 페이스북 캡쳐
농부들은 오래전부터 이 경험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이 익숙한 자연의 현상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과학적 해석을 만나게 됐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공식, 그리고 피타고라스 정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E=mc²는 사실 축약형일 뿐이며, 완전한 형태는 E²=(mc²)²+(pc)²이다.
이는 에너지가 질량과 운동량의 결합이라는 뜻이며, 구조적으로는 피타고라스 정리와 같은 형태를 띤다. 이 공식 속 ‘질량’은 열매 안에 축적된 당분량에 대응할 수 있다.
당분이 많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진짜 핵심은 두 번째 요소인 ‘운동량’이다. 열매는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고 회전하면서 작은 운동을 지속한다.
데롱데롱 매달린 열매는 운동량이 크고, 줄기에 바짝 붙은 열매는 운동량이 작다. 농부들이 오래전부터 “살짝 긁힌 열매가 더 맛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흔들리다 보니 다른 잎이나 가지와 부딪혀 ‘기스’가 생기고, 그것이 바로 운동량이 컸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운동량이 큰 열매는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당류가 내부로 더 잘 이동하고 저장될 환경을 가진다. 마치 물병을 단순히 뒤집을 때보다 회전시키며 옮길 때 흐름이 더 매끄러운 것처럼, 열매의 흔들림은 당류의 축적을 부드럽게 돕는다.
결국 맛을 결정하는 두 축은 첫째, 잎이 얼마나 많은 당을 생산하느냐(질량), 둘째, 그 당을 열매가 얼마나 잘 저장할 수 있느냐(운동량)라는 구조로 정리된다. 이 결론은 농사를 단순한 경험의 영역에서 정밀한 과학의 영역으로 이끈다.
맛을 ‘운’의 문제로 보지 않고, 에너지 구성의 문제로 보는 새로운 감각이다. 바람·빛·운동량이 열매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관점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현대 농업, 품질 중심 고부가가치 농업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 속에서 오랜 세월 반복된 관찰이 물리학의 원리와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다. 맛있는 열매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 이유를 더 정확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Copyright ⓒ 월간기후변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