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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포스코, 철강그룹에서 복합소재·인프라 그룹으로
제2회 철강은 여전히 강한가, 쇠퇴하는가
제3회 포스코퓨처엠(이차전지·소재)의 도전
제4회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연결고리
제5회 포스코이앤씨(인프라·건설) 의 재발견
제6회 역대 회장의 경영학
제7회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1)
제8회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2)
제9회 포스코, 철강 이후를 설계하다
제10회 고 박태준 창업자 오늘에 주는 메시지
포스코는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질문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우리는 철강 회사인가, 아니면 철강을 기반으로 한 산업 플랫폼 기업인가.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질문의 답에 따라 향후 10년의 기업 구조, 조직의 무게중심, 글로벌 전략과 자본 배분 원칙이 완전히 달라진다. ‘철강 이후’라는 화두는 철강을 버리자는 선언이 아니라, 철강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어떤 미래의 연결점 위에 위치시키느냐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포스코는 철강에서의 세계 정상의 위치를 지키더라도 미래 산업의 중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이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해석한다면, 포스코는 철강을 넘어, 대한민국 제조업의 기둥에서 세계 산업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포스코의 본업은 여전히 철강이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본업의 외연, 방식, 가치창출 구조는 변하고 있다. 세계 산업의 전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철강 이후’는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 되었다. 이 글은 포스코 내부의 리더들이 이 변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철강 이후’를 이해하는 다섯 개의 관점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것은 비전적 선언이 아니라 냉정한 산업 분석이며, 동시에 포스코가 이 변화의 파고 위에서 어떤 전략적 위치를 점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프레임이다.
첫 번째로, 세계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은 철강의 주변부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철강의 중심성이 재구성되는 흐름이다.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수소경제라는 네 개의 거대한 산업 축은 모두 철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동차 회사들은 엔진에서 배터리와 모터로 이동하면서 강재의 성능을 재정의하고 있고, 데이터센터는 초고밀도 구조물과 냉각소재라는 새로운 소재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소경제는 철강 공정 전체를 재작동시키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고성능 강재의 수요를 끝없이 자극한다. 철강은 축소되는 산업이 아니라, 더 높은 강도와 더 높은 효율, 더 높은 환경 성능을 요구받는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철강 이후’는 철강의 쇠퇴가 아니라 철강의 역할이 수평적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본업이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본업의 새로운 얼굴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두 번째로,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전환이라는 글로벌 탈탄소 전략은 포스코의 본업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강제되는 시대에, 기존 고로 중심의 제철 방식은 영원히 유지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포스코의 과제는 “철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철강을 다시 발명하는 것”이다. Re-steel, 즉 새로운 철강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철광석의 질적 변화, 원료 수급 불확실성, 탄소가격 체제 도입, 전력 믹스의 리스크 등은 포스코가 기존의 방식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수소·전기 기반의 공정 전환이 가져올 공장 재투자 규모와 기술 구조의 변화는 상상 이상이며, 이 변화는 더는 외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내부 전략의 문제가 되었다. ‘철강 이후’란 철강의 종말이 아니라, 철강의 정의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 포스코는 세계 어느 철강사도 갖지 못한 ‘삼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철강· 2차전지소재· 에너지라는 세 축은 서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긴밀하게 결합할 수 있는 구조다. 철강 회사가 에너지 회사를 갖는 것, 소재 회사를 키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 삼각축을 통해 철강의 가격경쟁력, 소재의 성장성, 에너지의 전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했다. 문제는 이 삼각축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연결하느냐’이다. 지금의 포트폴리오는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은 구조화되지 않았다. 삼각 포트폴리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각 사업은 개별적으로 성장하더라도 그룹 전체의 시너지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철강 이후’는 비철강을 확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철강 중심의 산업 지형을 넓히는 과정이라는 본질을 갖는다.
네 번째로, 포스코가 ‘철강 이후’를 설계하기 위한 핵심은 기술·데이터·AI 역량이다. 철강산업이 AI와 무관해 보이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공정 최적화, 예지정비, 품질관리, 물류·원가 예측까지 모두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인다. 전기로 전환이 본격화되면 전력 수급 예측, 스케쥴링, 공급망 관리까지 AI 없이 운영하기 어려운 시대가 열린다. 포스코의 미래 경쟁력은 더 이상 ‘철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아니라, ‘철을 만드는 기술을 얼마나 고도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기업적 DNA 없이는 수소환원제철도, 소재 확장도, 에너지 포트폴리오도 완성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제조기업에서 기술기업으로 넘어가야 하는 가장 어려운 고비에 서 있으며, 그 고비를 넘지 못하면 철강 이후의 그림은 완성되지 않는다.
다섯 번째로, 조직과 지배구조 그리고 인재 전략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전략도 무용지물이 된다. 포스코가 철강 중심 조직에서 기술·소재·에너지 중심 플랫폼 조직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라 정체성의 전환이다. 의사결정 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 자본 배분 철학 모두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재설계되어야 한다. 인재 구조 또한 동일하다. 철강 전문가 집단에 더해 기술·데이터·국제협상 인재의 비중이 빠르게 늘지 않는다면, 포스코는 미래 산업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다. 철강 이후는 사업의 변화가 아니라 조직의 진화이며, 이 진화를 외면하는 순간 전략은 종이에 머무르게 된다.
결론적으로, ‘철강 이후’는 철강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철강의 의미를 다시 쓰는 작업이다. 포스코는 고로 중심의 시대를 넘어 산업 플랫폼 시대로 이동해야 한다. 본업은 견고하게 유지하되, 본업이 규정하는 산업의 경계를 넓히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철강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단지 그 역할이 더 복잡하고 더 고도화되었을 뿐이다.
포스코의 리더들은 이제 이 질문 앞에 서야 한다. 우리는 변화의 표면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는 철강을 지키려 하는가, 아니면 철강의 미래 질서를 다시 설계하려 하는가. 우리는 선택의 시기에서 설계의 시기로 넘어가야 한다. 이것이 ‘철강 이후’라는 말의 진짜 의미다. 포스코가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는,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포스코 내부 리더십의 몫이다. 이 글이 단순한 분석을 넘어, 리더들이 다시 한 번 포스코의 존재 방식과 미래의 무게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세계가 말하는 ‘철강 이후’ — 말·말·말]
세계 철강 리더들의 진단도 분명하다. 철강은 이제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라 ‘탄소·데이터·에너지’가 결합된 전략산업이며, 혁신의 속도가 곧 국가 경쟁력이다. 세계 주요 인사들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 에드윈 바슨(Edwin Basson) 전 세계철강협회(worldsteel) 사무총장;
“철강산업은 다시 ‘문명 인프라의 언어’로 돌아가야 한다. 철강의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구조물 속에서 평가된다. 감축·순환·고도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추진한 나라만이 21세기형 철강을 가질 수 있다.”
“각국이 탄소중립을 국가 전략으로 삼는 순간, 철강산업은 더 이상 전통 산업이 아니다. 교통·에너지·도시·디지털 인프라와 얽힌 종합 전략산업이다.”
-유용(Yu Yong,于勇) 중국 하북강철집단 CEO;
“철강은 더 이상 무거운 산업이 아니다. 데이터·에너지·환경이 결합된 ‘스마트 머티리얼 플랫폼’이다. 혁신 능력이 없으면, 철강회사는 더 이상 철강회사가 아니다.”
“중국 철강산업은 규모 경쟁을 끝냈다. 앞으로의 승부는 에너지 효율·탄소 배출·신소재 혁신에서 난다. 이 세 영역에서 뒤처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마틴 페이 SSAB CTO, HYBRIT(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 총괄;
“탄소 없는 철강제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수소환원제철은 이미 ‘가능하다’는 게 증명되었다. 누가 먼저 실증하고, 누가 먼저 시장을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2030년 이후 철강 경쟁력은 ‘탄소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가’를 기준으로 측정될 것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공장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앤드류 퍼미스(Andrew Purvis)세계철강협회 이사(기술·안전·환경 정책 총괄);
“탄소중립 철강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의 ‘확산 속도’다.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공장 단위에 적용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의 분기점이 된다.”
“세계의 성공하는 철강회사는 하나의 공장을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전체를 혁신하는 조직적 능력을 갖고 있다.”
-피나킨 차우발(Pinakin Chaubal) 아르셀로 미탈그룹 CTO;
“미래 철강기업은 공장보다 알고리즘을 더 많이 보유하게 될 것이다. 고로, 전기로, 후공정이 모두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되며 ‘예지형(予知型) 제철’이 표준이 된다.”
“전 세계 철강산업은 지금 네 가지 길목에 서 있다: 전기로 전환, 수소환원, 스크랩 순환, 그리고 AI 기반 공정혁신. 이 네 가지 중 두 개 이상을 선도하지 못한 국가는 철강강국으로 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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