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은 저번 일처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면 저번 일은 크게 문제가 되었다는 건가요, 안 되었단 건가요? 긴 얘기 짧게 하면 됐다는 겁니다. 저번 일은 크게 문제가 되었어요. 이번 일은 그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고요. 어떤 모양이나 행동을 앞의 명사에 빗대어, 그와 비슷하거나 같다고 하는 조사 '처럼'. 저번 일은 '크게 문제가 되었던' 일이고 그것을 이번 일의 정도(程度)와 비교하려고 처럼을 썼다는 게 문법 해설입니다. 이해되는 설명이기는 한데 약간 찝찝합니다. 저 문장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저번 일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인가 싶은 뉘앙스를 더러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 봅니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 수능처럼 쉽지 않았다' 문장입니다. 지난해 수능은 쉬웠다는 겁니다. 이에 견줘 올해 수능은 쉽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읽자마자 이런 의미가 쉽게 와 닿나요? 뒷맛을 없애려면 처럼 대신 만큼을 쓰는 것이 어떨지요? 이번 일은 저번 일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 수능만큼 쉽지 않았다. 보조사를 덧대어 이번 일은 저번 일만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 수능만큼 쉽진 않았다 할 수도 있고요. 비교 대신 대조 구문을 쓴다면 이번 일은 저번 일과 달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올해 수능은 지난해 수능과 달리 쉽지 않았다가 됩니다. 물론 미묘한 뜻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전하는 글의 주요 고려 요소 중 하나는 그것을 최소화하고 전달력을 최대화하는 표현 찾기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2(용법 편)』, 2010
2.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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