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민들 "시의 소통과 정보 공유 부재가 더 힘들어"
시 "16일 오전 11시 수돗물 공급 정상화"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에서 파주시로 연결되는 광역송수관로 파손으로 인한 단수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16일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새벽 6시 30분, 고양에서 파주를 잇는 광역 상수도관이 공사 중 파손되면서 파주 전역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파손 구간은 19시간 만인 15일 오전 1시께 긴급 복구됐지만, 이후 각 가정 등에서 물 사용량이 한꺼번에 몰리며 교하동·운정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가 이어지고 있다.
파주시는 16일 오전 8시 교하동 7단지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물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공지했지만, 금촌동과 교하동 등 일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는 저수조의 물을 빼내 청소하고 다시 물을 채워 넣는 수질 안정화(이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수돗물 공급이 지연되는 곳도 있다.
단수가 길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김장철을 맞아 주말 계획을 취소하고 온 가족이 모여 김장하려 했지만, 단수로 인해 다음 주로 김장을 미루는 사례까지 잇따르며 생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문발동의 이 모(49) 씨는 "주말 김장 일손을 돕기 위해 지방에서 어렵사리 일정을 맞춰 시골집에 왔는데, 금요일 오후부터 물이 전혀 나오지 않아 손도 대지 못하고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율동의 김모(53) 씨는 "김장을 위해 배추를 소금에 절여놨는데, 갑자기 물이 끊겨 마트에서 생수를 급히 사다 김장을 가까스로 끝냈다"고 하소연했다.
단수가 이어지면서 파주시는 교하도서관과 파주스타디움에서 1인당 400mL 생수 24개짜리 물을 한 상자씩 나눠줬지만, 인파가 몰리며 혼잡이 빚어졌다.
연다산동의 박모(38) 씨는 "생수를 받기 위해 추운 밤에 40∼50분씩 긴 줄을 서 겨우 1박스의 생수를 받았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 줄을 서 생수를 받을 수 있지만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시의 행정이 너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운정 6동에 거주하는 서모(36) 씨는 "아파트 화장실의 물도 끊겨 씻는 건 물론이고, 하루에 2번 인근 아웃렛까지 걸어가 용변을 봤다"면서 "파주시의 대책이 고작 홈페이지나 문자 메시지로 상황을 알리는 게 다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배급된 물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아예 물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어 시민 불편은 더 커졌다.
단수 소식을 듣고 발 빠르게 생수 확보에 나선 젊은 층과 달리 노인층의 대가는 갈증으로 돌아왔다.
신촌동의 한 주민은 "씻는 건 물론이고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상황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단순 사고치고는 파주시의 대처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운정 5동의 한 70대 주민은 "자고 나면 물이 나오겠지 했는데 이틀째 수도가 말라 있었다"며 "생수라도 사려고 마트와 편의점에 갔지만 이미 동이 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주방에 설거지하기 위해 쌓아둔 냄비와 그릇이 산더미"라며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상황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교하도서관 앞에는 수백 명의 주민이 줄을 서 생수를 배급받는 장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운정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운정신도시연합회는 이번 단수 사태와 관련, 파주시의 늑장 단수 공지, 물 공급 재개 정보 미제공, 복구 진행 정보 업데이트 실종, 부정확한 단수 지역 범위 공지 등 소통과 정보 공유 부재가 시민들을 더 힘들게 했다고 카페에 게시했다.
정의당 파주시위원회도 입장문을 내 "사고 후 파주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는데, 시장이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행사 참석이 과연 적절했는지"라며 파주시장의 대응을 꼬집었다.
파주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 "대규모 단수 사태가 발생 46시간 만인 16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수돗물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시는 "공동주택의 경우 아파트 저수조에 물을 채워 넣는 시간이 각각 틀리다 보니 세대별 물 공급과, 배수지에서 먼 지역의 물 공급이 늦어지는 곳이 있다"면서 "초기 상황 안내가 원활하지 못해 불편하게 했다. 사고 통보 체계 개선, 시민 안내 체계 보완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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