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군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14일 사업분과위원회에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하고, 한화오션을 일부 협력시키는 방안을 올렸으나 민간위원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에 후속함 사업 방식까지 포함한 안을 추가해 다음 달 방추위 전 단계 분과위에 다시 올리기로 했다. 사실상 최종 판단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추위에 넘긴 셈이다.
민간위원들은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사건이 있었음에도 기본설계 입찰을 강행했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민간위원을 포함한 계약심의위원회는 HD현대중공업에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다. 이에 방사청은 사업을 되돌릴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상생안’을 검토했지만, 담합 우려와 규정상 한계로 기본설계 수행 업체에 상세설계와 선도함을 맡기는 기존 원칙을 유지했다.
대신 상세설계 과정에 한화오션이 협력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후속함 조기 발주로 한화오션 수주 기회를 넓히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연구개발 업체가 아닌 조선소가 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더해 다음 달 안건에는 2~6번 후속함을 묶어 일괄 발주하고, 국가계약법에 신설된 복수 낙찰자 제도를 적용해 경쟁평가 결과 1순위 3척, 2순위 2척으로 물량을 배분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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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안건 조정에도 KDDX 사업이 사분위와 방추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안그래도 한국의 사업 관리 역량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내년 사업자 선정이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 호위함 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해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최소 4척에서 최대 6척의 호위함을 도입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외에도 프랑스 나발 그룹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방산업체들이 자국의 호위함 모델을 기반으로 한 사우디 맞춤형 함정을 제안하며 경쟁하고 있다. 문제는 사우디가 6000톤 이상의 대형 호위함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HD현대중공업은 수출형으로 설계한 6500톤급 ‘HDF-6000’을 제안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건조 실적이 없는 ‘종이배’라고 깍아내리고 있다. 대한민국 호위함은 대양에서 장기간 작전이 불가능한 함정이라고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해군의 최신예 호위함(FFX Batch-III)은 3600톤급으로,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차기 호위함(FFX Batch-IV)도 4000톤 미만이다. 물론 7600톤급의 세종대왕함과 8200톤급의 정조대왕함 건조 실적이 있지만, 이지스 구축함이 아닌 사우디 요구사항에 부응하는 함정은 7000톤급의 KDDX가 유일하다. 당장 내년에 KDDX 상세설계가 시작되지 않으면 유효 실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군 당국은 KDDX가 1998년부터 취역한 구축함(KDX-I) 대체 전력인데, 이들은 2028~2030년 설계 수명을 다하고 퇴역할 예정이라 구축함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방산업계 역시 “KDDX 사업 지연은 국내 함정 생태계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국제사회에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고 있어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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