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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총재 ‘방향 변경’ 발언에 3년물 금리 2.9%대로 훌쩍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4일 시장금리의 대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1.2bp(1bp= 0.01%포인트) 오른 4.944%에 마감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6일(2.96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3.25%, 현재는 2.5%다.
같은날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5.0bp 상승한 3.317%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해 6월 13일(3.345%) 이후 최고치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한 계기는 이 총재가 지난 12일 외신과 인터뷰에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사 발언을 하면서다. 그는 “금리 인하의 폭과 시점, 혹은 정책 방향의 변경(change of direction)이 있을지는 앞으로 나올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한은의 금융안정 기조 강화 속에 금리 동결기 진입을 저울질하고 있던 시장에서는 이 발언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당일 외국인 선물 매도세와 손절매성 매물이 쏟아지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2.961%까지 급등했다. 당국이 “금리 상승이 과도하다”, “총재의 발언이 금리 인상기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두개입에 나서자 다소 안정되긴 했으나, 이후 3년물 금리는 최종호가 기준으로 사흘 연속 오름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3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가 크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소멸한 상태이므로 작은 금리 상승 재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 기준으로 50bp, 즉 3.0% 수준까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현재는 단기적으로 상단을 논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시장에 안 좋은 요인이 너무 많고 손절성 매물도 많이 남아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금리가 과도하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 3%도 갈 것 같다”면서 “3%가 넘어도 먼저 살 생각은 들지 않는다. 상황을 보고 추격매수하는 쪽을 택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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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인상 전망은 과도…금통위에 쏠리는 이목
다만 합리적으로 봤을 때 현 금리 수준은 과도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약세에 대해 “금리 인하 기대감 약해진 상황에서 수급도 꼬여 있고, 여기에 통화정책 기대감이 무너진 게 트리거 포인트가 됐다”면서도. “3%는 비이성의 영역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에서 ‘필요시’ 단순매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상단을 제한하는 요소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서 투매와 같은 정상적이지 않은 움직임이 나오는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의 관심은 오는 27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 집중되고 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통화정책방향 결정문 변화 △소수의견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금리 전망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나오는 정책 방향과 경로에 대한 안내가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채권 운용역은 “금리 수준도 높지만 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는 국면”이라며 “투자자들은 한은의 정책 신호와 대내외 거시경제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오는 17일에 예정된 1조 600억원(신규 8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10년물 입찰도 관심사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클로징(결산) 기간을 맞아 이익 또는 손실을 확정하려는 물량이 추가로 출회될 수 있다”고 봤다. 국고채 입찰 외에도 기존 투자자들이 자신의 포지션 정리를 위해 국고채를 더 많이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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