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이자디(Ali Izadi) 블룸버그 NEF 아시아 태평양 대표는 1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에너지미래포럼 강연에서 “한국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 시장 구조가 독특하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사회를 맡은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대표이사(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가 “왜 한국이 해외보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나”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이자디 대표는 “한국의 공기업의 임원진들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바뀌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성은 일정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공기업뿐만아니라 민간 투자자들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투자 결정의 어려움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이명박 정부 때는 풍력을 짓겠다고 하더니 박근혜 정부 때는 창조경제를 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탈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했는데 윤석열 정부 때는 문정부와 정반대로 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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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 산업통상부가 공개한 2024년 에너지수급 동향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에 따르면 원전은 31.79%, 가스는 28.1%, 석탄은 28.1%인 반면 신재생은 10.6%에 불과하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수소경제는 이후 정권에선 용두사미(龍頭蛇尾)다. 이자디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에너지 정책을 구현할지 봐야 한다”면서 해외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사례를 소개했다.
관련해 그는 “중국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4.5%를 에너지 전환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 규모가 유럽보다 2배 이상이나 된다”며 “중국은 전기차나 재생에너지를 통해 화석연료 의존성을 줄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만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접근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이자디 대표는 “인도는 재생에너지 도입을 가속화 하고 있다”며 “2040년에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목표를 세우고 2040년 전체 전력량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의 경우 풍력, 태양광에 투자금이 많이 들어갔다”며 “베트남은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성장 속도가 빠르며 에너지 전환 관련해 가장 매력적인 동남아 국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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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자디 대표는 “미국의 경우 트럼프 정부가 전기화를 싫어하지만 계속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산하 글로벌 에너지·기후·기술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NEF가 미 에너지정보청(EIA) 통계를 통해 미 에너지원별 전력 생산 규모를 분석한 결과, 재생에너지(renewables)는 2012년 495 테라와트시(TWh)에서 지난해 1063 TWh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원자력, 석탄보다 많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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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이자디 대표는 “이렇게 여러 나라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만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재생에너지의 도입 속도를 높이면서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 에너지 저장 장치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가지만으로 전체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의 정책 입안가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여러 접근방식을 사용한다”며 “기술도 중요하지만 정책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서야 한다. 정책을 제대로 세워야만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특정 에너지원을 배제시키는 게 아니라 조화로운 에너지믹스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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