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대전] 김희준 기자= 손흥민이 자신의 프리킥 득점보다 조규성의 복귀골에 더 큰 기쁨을 느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를 치러 볼리비아에 2-0으로 이겼다. 한국은 오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나를 상대한다.
이날 손흥민은 스트라이커로 선발돼 경기를 소화했다. 전반에는 황희찬, 이재성, 이강인 등 오랫동안 호흡한 동료들과 공격진을 이뤘는데, 손흥민은 분전했으나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 엑토르 케야르가 대인마크를 펼친 탓에 좋은 경기를 펼치지는 못했다.
그래도 손흥민에게는 한 방이 있었다. 후반 12분 왼쪽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손흥민은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왼쪽 골문 상단에 공을 차넣었다. 손흥민이 즐겨 득점하는 프리킥 패턴이 다시 한번 나왔고, 한국은 이 골에 후반 43분 조규성의 쐐기골을 더해 2-0으로 결과를 챙길 수 있었다.
손흥민은 어려운 경기에도 결과를 챙긴 데 만족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어떻게 골을 넣냐보다 경기를 이기는 게 더 중요했다. 선수들과도 경기 전부터 어떻게 경기를 이겨서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첫 번째 목표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는 거였고, 그걸 경기로 보여줘서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감독님이 전반 끝나고 경기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강력하게 얘기를 해주셨고, 선수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라커룸에서 저도 선수들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분명히 기회가 오니까, 급하다 보면 우리 플레이가 안 나올 때가 분명 더 많기 때문에 이럴수록 더 침착하게 이기는 습관을 가지자고 했다. (황)희찬이도 강한 목소리를 내서 동료 선수들이 하나의 뜻으로 얘기를 하는 모습이 후반전 경기력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라고 총평했다.
한국을 상대로 좋은 승부를 펼친 볼리비아에 대해서는 "요새는 서로가 상대를 많이 분석한다. 축구 경기보다는 전략 게임 같다. 그런 걸로 인해 공격이 더 안 먹힐 때가 있고 우리가 저쪽 공격을 잘 막아내 무실점으로 경기를 치러낸 것처럼 쉬운 경기는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세트피스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뿐 아니라 헤딩을 잘하는 선수들도 있고 킥력이 좋은 선수들도 분명 있기 때문에 경기력이 아쉬울 때도 있지만 이런 승리를 챙기는 게 가끔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기지 못하면 더 쓰라리기 때문에 이기는 습관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언제나 그렇듯 경기장 컨디션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은 조규성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해 득점한 의미 있는 경기이기도 하다. 조규성은 이번에 대표팀 경기에 나서며 598일 만에 A매치를 치렀고, 654일 만에 A매치 골맛까지 봤다.
손흥민도 자신의 일인 것처럼 조규성의 득점에 기뻐했다. "너무 기뻤다. 들어가서 재미있게 하라고 얘기를 해줬던 것 같다. 끝나고 (조)규성이에게 농담으로 '규성아, 형이 힘을 줘서 골 넣은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런 힘든 상황이 있으면 분명히 좋은 시간이 규성이에게 돌아올 거다. 규성이가 오늘로 모든 사람에게, 축구를 하고 있는 친구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어 너무 기뻤다. 규성이가 이렇게 좋은 모습, 건강한 모습으로 대표팀에 복귀해서 멋진 모습으로 골까지 기록해 팀에 좋은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라며 조규성이 정말 장하다고 이야기했다.
동갑내기 친구 이재성의 A매치 100경기 기념식에도 즐거워했다. 손흥민은 "친한 거 맞죠?"라며 '절친'다운 농담을 한 뒤 "너무 뿌듯하다. 축구협회 인터뷰에서 말했듯 100경기라는 큰 업적을 이룰 자격이 있는 선수가 이재성 선수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든 선수를 위해 희생하는 가장 중요한 선수다. 항상 건강하게 팀 동료로서 나를 위해서도 많이 희생해주고 이런 역할에 너무도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재성이와 내가 16세 중등연맹 때부터 항상 발을 맞춰오고 같이 성장했다. 재성이는 전북현대로 가고 나는 어릴 때 유럽으로 나갔다. 항상 재성이의 커리어를 팔로우했는데 대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경기할 때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재성이와 주고받았던 플레이다. 머릿속에 생생히 남았다. 지금도 이렇게 이어진다는 건 정말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거다. 앞으로 이 친구가 더 많은 찬사를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가족들하고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고, 대한민국 축구 팬들이라면 이 친구에게 모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이재성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제 손흥민은 3년 전 월드컵에서 만났던 가나와 재회한다. 손흥민은 "내게는 매 경기가 정말 소중하다. 감회도 새롭다. 월드컵은 지나간 일이다. 우리는 앞으로 다가오는 걸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앞으로 다가오는 월드컵을 어떻게 잘 준비할지 생각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며 "가나는 분명 어려운 상대다. 오늘 볼리비아도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가나는 볼리비아와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경기장에서 부딪히고 경험해보면 앞으로 우리 팀이 나아가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다"라며 좋은 경기를 다짐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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