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로 스타트업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도, 기관의 체계적인 지원이 생태계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 절반 이상이 투자 유치, 고용 증가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까지 성공하며 '투자 혹한기'를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올해 9월 누적 기준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16.8% 감소했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무역협회가 최근 3년간(2022년~2024년) 지원한 스타트업 1,000여 개사(분석 기업)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12일 발간된 '무역협회 스타트업 지원사업 성과분석 및 향후 추진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 숲'을 통해 경영 성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투자 정보를 공개한 약 1,200개사 중 54.2%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고용 정보 공개 기업 813개사 중 55.6%는 고용이 증가했으며, 재무제표를 공개한 1,053개사 중 무려 61.7%가 최근 3년간 매출이 꾸준히 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경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지원 프로그램이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성장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과의 협업 부문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돋보인다. 지원사업 참여기업 204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25년 8월 18일~9월 10일) 결과, 응답 기업의 26.5%가 대·중견기업과 비밀유지계약(NDA)이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25.5%는 개념검증(PoC)이나 파일럿 프로젝트 등 공동 사업을 수행했다고 답했다.
실제 성공 사례로 LS일렉트릭과 협력한 '나인와트'가 꼽힌다. '2022 한국무역협회-LS일렉트릭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한 나인와트는 PoC를 마치고 LS일렉트릭과 디지털 에너지 플랫폼 '인에이블(Enable)'을 공동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더불어 LS일렉트릭을 포함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부터 약 3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해외 시장 개척에서도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났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전문 기업 '랩앤피플'은 무역협회의 '시세이도와의 1:1 밋업' 및 '2023 한일 오픈이노베이션 써밋'을 발판으로 일본 시장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그 결과 일본 유통매장 돈키호테 입점에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드럭스토어 월그린(Walgreens)에 진출했다. 나아가 일본 최대 화장품 유통사인 팔텍과 협력하며 현지 미용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물류 인공지능(AI) 기업 '로비고스'는 '2022년 무역협회와 말레이시아 라이온그룹 간 MOU' 기반 테스트베드 사업에 참여해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라이온그룹 계열사인 팍슨백화점에 AI·클라우드 기반 통합 재고관리 시스템을 실증하고 정식 납품계약까지 체결했다. 로비고스는 말레이시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올해 매출 40억원을 달성했으며, 약 660억원 규모의 스마트 물류센터 착공 사업을 추진하며 성장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라이온 그룹 관계자는 "무역협회 지원을 통해 한국의 유망한 스타트업과 협력할 수 있어 뜻깊다"며 협력 확대를 희망했다.
한국무역협회 이명자 해외마케팅본부장은 "민간 투자가 위축되는 시기일수록 기관의 역할이 뒷받침되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협회는 국내외 대·중견기업의 혁신 수요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산업 혁신 허브'로서 네트워크 확대, 해외 테스트베드 발굴,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을 꾸준히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한편 무역협회는 2017년 스타트업 지원 전담부서 출범 이후 LG전자,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기업과의 밋업, 해외 테스트베드 운영,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서밋 개최, 국내 최대 스타트업 페어인 넥스트라이즈(NextRise) 등을 통해 스타트업 성장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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