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지압 매트 10분, 필로우 스프레이, CBD 오일 한 모금을 한 뒤였지만 이 모든 시도가 실패한 뒤, 한참 동안 잠을 뒤척이다 '5분 안에 잠드는 ASMR' 영상을 회심의 카드처럼 꺼내 듭니다. 속삭이는 소리를 따라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이상하게도 정신이 더욱 맑아지는 느낌에 다시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생각합니다. '몇 시간이나 더 잘 수 있지?' 전날 수면 시간은 5시간 남짓, 오늘도 결국 실패했다는 생각에 이왕 깨어 있는 거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하며 ChatGPT에 질문을 합니다. 'ASMR은 수면에 도움이 될까?'
@jessinowo
잠을 쉽게 못 드는 당신, 혹시 수면 불안은 아닌가요?
요즘 우리의 밤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건 단지 불면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수면 불안(Sleep Anxiety)'. 생소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대부분이 그 감각을 알고 있죠. 잠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 역설적인 상태입니다. 침대에 누워 '오늘은 꼭 일찍 자야지' 다짐하며 시계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됩니다. 내일의 피로를 예측하고, 수면 기록 앱의 점수를 걱정하고, '못 자면 큰일 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죠. 아이러니하게도 더 잘 자고 싶다는 욕심이 우리를 깨어 있게 만드는 겁니다.
@melxdiaries
@xtrishanderson
소셜 미디어 속 수면 루틴, 수면 최면이라는 근거 없는 정보들이 우리의 수면을 교란하고 있습니다. 최근 틱톡에서 유행하는 '다크 샤워(Dark Shower)' 트렌드도 그중 하나입니다. 다크 샤워를 소개하는 영상 속에는 불을 모두 끄거나 미세한 조명만 켜둔 채 샤워를 하며 감정을 정리하고 자신을 차분하게 만들라고 조언하죠. 조명이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의식적인 행위가 오히려 강박을 줄 수 있습니다. 이에 수면 전문가 린지 브라우닝(Lindsey Browning) 박사는 "ASMR이나 수면 유도 영상을 통해 잠이 드는 건 단기적으로 도움은 되지만, 결국 뇌에 '침대=각성상태'라는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몸은 어둠과 고요 속에서 가장 잘 잠에 들거든요." 이에 덧붙여 브라우닝 박사는 경고합니다. "좋은 수면을 추구하는 것과 강박적으로 완벽한 수면을 추구하는 건 다릅니다." 실제로 '수면 집착증(Orthosomnia)'이라는 용어가 생겼을 만큼 데이터에 집착한 나머지 스스로 불면을 유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면 위생부터 다시 점검하세요
이 지점에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잠을 잘 자는 '요령'이 아니라, 잠이 자연스럽게 찾아오도록 돕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걸 바로 ‘수면 위생(Sleep Hygiene)’이라고 부릅니다. 거창한 비법이 아니라 뇌와 신체가 '잠을 자는 시간'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돕는 생활 습관이죠.
@jessinowo
침실은 '잠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할 것
"뇌는 연관성을 기반으로 작동해요. 침대에서 일, 영상, SNS를 가까이 하면 잠과의 연결이 끊깁니다." 수면 전문가 니콜 비뇰라(Nicole Vignola)는 이렇게 말합니다. 침대에서 메일을 보내고, 드라마를 보고, 쇼핑까지 해버리면 뇌는 침대를 '휴식'보다 '활동'의 공간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이상적인 침실은 최대한 단순하게 자는 공간으로만 두세요.
3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으면, 과감히 자리를 떠날 것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데도, 머릿속으로 양을 미친 듯이 세고 있는데도 20~30분이 훌쩍 흘렀다면 잠시 침대를 떠나는 것이 좋습니다. 조명이 강하지 않은 공간으로 이동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호흡에 집중하며 마음을 가라앉힌 뒤 다시 침실로 돌아오는 식이죠. 중요한 건 침대 위에서 불안해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할 것
수면 리듬은 자기 전보다 '기상 시간'에 더욱 크게 좌우됩니다. 주말에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수면 리듬을 가장 빠르게 안정시키는 방법입니다. 늦잠으로 리듬을 망가뜨리고 다시 평일마다 새롭게 적응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몸은 매일 시차 적응을 하는 것과 비슷한 피로를 느끼게 되거든요. 밤에 자는 시간이 들쭉날쭉해도 일어나는 시간만큼은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해보세요.
수면 기록은 '매일'이 아니라 '주간' 단위로 볼 것
스마트워치와 수면 앱은 분명 유용하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점수부터 확인하는 습관은 오히려 수면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면 데이터를 매일 평가용이 아니라 일주일 단위의 경향을 보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평균 잠드는 시간, 기상 시간, 카페인 섭취 패턴과 함께 보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 관리법이죠.
@jessinowo
대단한 루틴도, 완벽한 점수도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어쩌면 우리가 회복해야 할 건 수면이 아니라, 잠에 대한 태도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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