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수중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잠수정(Unmanned Underwater Vehicle, UUV)’이 전 세계 해양 안보 지형을 곧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AI(인공지능)·첨단 센서·자율 항법 기술의 발전으로 수중에서 전례 없는 작전 효율성과 신뢰성을 제공하며기존 유인 잠수함과 해상작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전장환경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무인잠수정 분야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군사 강국들이 이미 무인수상정(USV)과 UUV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래 해전의 승패를 가르는 무인잠수정 증강 레이스에 돌입했다.
우선 미국은 무인잠수정 전력화와 미래형 플랫폼 개발에서 가장 앞서있다. 보잉이 개발한 ‘오르카(Orca) 초대형 무인잠수정(eXtra Large Uncrewed Undersea Vehicle, XLUUV)은 미 해군의 해저 감시와 기뢰제거, 장기 정찰, 어뢰 투발 등 다양한 임무에서 전력화되고 있다.
또한 임무 기반 모듈형 설계로 심해 감시와 중요 데이터 수집, 그리고 장기 잠항 임무를 수행하는 노스롭그루먼의 신개념 대형 무인잠수정 ‘만타 레이(Manta Ray)’, 해저지도 작성, 기뢰제거, 수중 정찰 등 다목적 임무에 특화돼 미 해군 공식 소형 무인잠수정으로 선정된 헌팅턴 잉걸스 산업(HII)의 ‘레무스(REMUS) 300/600/620’ 시리즈, 그리고 최대 6개월 연속 운용과 대용량 센서 탑재가 특징인 보잉의 에코 보이저(Echo Voyager) 등이 주요 무인잠수정으로 꼽힌다.
중국도 무인잠수정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공개된 HSU100, AJX002 등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은 정보·감시·정찰(ISR)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 첫 실물이 공개된 ‘AJX002’는 길이 18~20m, 펌프제트와 X자형 조타, 다목적 탑재를 자랑하며, 전략급 장기임무 운용을 위한 전력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CSS705 등 신형 무인잠수정은 각종 센서, 드론, 어뢰 운반 등을 지원하며 남중국해, 서해 등 실전 배치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지난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자율 무인잠수정인 ‘포세이돈(Poseidon)’을 공개했다. 특히 포세이돈은 핵추진으로 설계돼 수심 수천m에서 수천km를 잠항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재래식 탄두는 물론 핵탄두까지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포세이돈을 적 항구와 바다에 인접한 도시를 기습 타격할 최종병기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핵추진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국가 외에도 영국은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을 핵심 목표로 ‘맨타(Manta)’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영국 국방부와 해군이 주도하고, M서브(MSubs) 등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해 장기 잠항, 기뢰 제거, 해저 감시·정찰 등 다목적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춘 차세대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
일본은 해상자위대를 중심으로 무인잠수정 전력화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MHI)이 개발한 OZZ-5는 일본의 대표적인 기뢰 탐지용 무인잠수정으로, 연안 및 항로 주변 기뢰전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더해 2030년까지 장거리 초대형 무인잠수정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해저 인프라 감시, 장기 정찰, 정보수집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해군이 미래 전략인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 구축 중인 가운데 한화오션이 대잠전용 무인잠수정(ASWUUV, Anti-Submarine Water Unmanned Underwater Vehicle)을 개발 중이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ASWUUV는 개방형 구조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특히 수중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적 잠수함·함정을 사전에 탐지해 유인 전투함의 생존성을 보장하고 효과적인 대잠 감시정찰을 수행하도록 개발된다.
특히 개방형 구조의 풀랫폼은 자유로운 작전심도 조절이 가능해 음영구역을 최소화해 적의 수중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감시정찰과 정보를 수집해 모함의 작전반경 확대와 전투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한화오션의 설명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이러한 무인잠수정 시장은 2023년 30억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에서 2032년에는 81억4000만달러(약 11조9000억원)로 2.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률도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13.5%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무인잠수정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요인으로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적용, 장거리 운용 능력, 자율 임무 수행과 첨단 센서 융합 기술을 꼽았다. 실제로 자율무인잠수정(AUV) 부문이 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군사·안보 목적뿐 아니라 해양 데이터 수집, 난파선·암석 매핑, 해저 파이프라인 점검 등 상업·연구 분야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군사용 부문은 해저 정찰, 기뢰 탐지·제거, 대잠전 등 안보 위협에 대비한 해군의 대규모 투자가 이끌고 있다. 동시에 해양 테러, 인신·마약 밀수 등 비전통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정보·감시·정찰(ISR) 임무에서 무인잠수정 사용이 집중적으로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시장 점유율의 46%로 글로벌 리더 위치를 지키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지역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국가의 해군 예산 증가와 첨단 무인잠수정 개발 및 전력화를 기반으로 가장 빠른 성장세가 전망된다. 대신 보고서는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높은 운용유지비와 심해 네트워크·데이터 전송 한계, 관련 장비의 고가성을 꼽으면서도 기술혁신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한계도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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