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연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합동수사단(합수단) 파견 기간이 두 달 연장된 백해룡 경정이 '세관 마약 연루'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하겠다며 14일 독자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백 경정은 합수단의 팀장급이지만 합수단이 아닌 개인이 보도자료를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합수단이 이번 사건을 왜곡하려 한 정황이 있어 수사 범위에 포함시키겠다고 예고하며 검찰을 직접 겨냥해 파장이 예상된다.
백 경정은 마약수사 외압에 '김건희 개입설'을 줄곧 주장하며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국정원·검찰·관세청을 모두 장악했고 권력기관이 수사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던 인물이다.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까지 연계됐다고 주장해 온 만큼 김건희의 마약수사 개입설도 수사를 통해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백 경정은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대통령실이 세관 공무원 마약밀수 연루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며 '내부고발'을 단행했다. 그는 마약게이트를 김건희-검찰의 권력형 비리로 바라보고 있으며 합수단 발령 이후엔 "검경 합수팀은 불법단체"라며 수사를 중단시킨 외압의 당사자인 검찰지휘부와 함께 수사할 수 없다며 지난 달 15일엔 합수단 출근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파견기간 연장 확정되자 14일 보도자료 배포…수사범위·방향성 제시
백해룡 "전 대통령실·경찰지휘부 마약수사 외압·방해도 수사"
백 경정은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백해룡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전날 부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부여받고 2개월간 파견 기간이 연장됐다"며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수사 범위와 방향성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는데 주요 타깃에 자신이 속한 합수단이 포함됐다.
보도자료에는 사건 경과보고, 다룰 사건 범위, 보고 취지 등의 항목 외에도 '합수단의 정체', '수감자 불러 내 진술 번복시키는 검찰 합수단', '검찰은 왜 묻지 않았을까' 등 검찰을 향한 거센 비판도 담겼다.
백 경정은 "검찰이 사건을 덮어 은폐하는 방법으로 마약게이트에 가담한 혐의,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가 마약 수사에 외압을 가하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수사 대상으로 꼽으며 검찰을 겨냥했다.
이는 합수단을 관할하는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백 경정의 '당사자성'을 이유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내용이다. 동부지검이 지난달 "백 경정은 수사외압·은폐 의혹의 고발인 또는 피해자의 지위"라며 "수사 은폐 의혹 등 백 경정이 피해자가 아닌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백 경정은 "합수단이 수감 중인 말레이시아 운반책들을 불러 내 진술을 번복시키고 있다. 공범에게 보내는 이상한 편지까지 만들어냈다"며 "이러한 수사 방법은 위법을 면하기 어렵다. 추후 이 대목도 수사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합수단 내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다.
이어 "마약 밀수에 관세청 등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혐의, 검찰이 사건을 덮어 은폐하는 방식으로 가담한 혐의, (전) 대통령실·경찰 지휘부가 마약 수사에 외압을 가하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포함하겠다"고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마약게이트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해 온 백 경정이 전 대통령실과 경찰, 합수단까지 지목하며 폭넓은 수사를 예고한 것이다.
당초 오늘(14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 기간은 내년 1월 14일까지 연장됐습니다. 백 경정은 5명 규모의 수사팀을 최소 15명으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회신은 받지 못한 상태다.
"합수단 사건 은폐·진술 번복" 주장…동부지검 "법령 위반 소지"
동부지검은 백경정 팀의 보도자료와 선을 그었다. 합수단이 사건을 은폐하고 진술을 번복하도록 했다는 백 경정의 주장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동부지검 측은 14일 백 경정의 보도자료와 관련해 "사전에 협의하고 상의해서 나온 보도자료가 아니다. 수사 범위에 대한 부분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전했다.
백 경정이 주장하는 수사 범위에 대해선 "기존의 입장과 변화가 없으며 백 경정의 주장은 이해 충돌 우려가 있는 수사로 중복 수사, 인권 침해 우려가 있고 법령 위반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白 "마약 게이트, 김건희와 관련 있다" 지난 7월부터 주장
백 경정은 지난 7월부터 마약 수사 외압의 배후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지목하며 김건희 일가가 마약 사업을 실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 경정은 백 경정은 지난 7월16일 시사IN유튜브〈김은지의 뉴스IN>에 출연해 자신이 겪었던 마약 게이트 수사 과정의 어려움과 실체에 대해 상세히 밝히며 당시 "100kg의 필로폰이 배송되는 과정을 보면 김건희가 아니면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사건 자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핵심은 윤석열-김건희 라인이 마약 게이트를 진두지휘하고 있고, 검찰 내부의 비호 세력도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 이유로 백 경정은 "김찬수 영등포 경찰서장한테 9월5일부터 집중적으로 실시간으로 보고를 했고 김 서장이 지휘 보고하기 전에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로 비선 보고를 했다. 저는 실세가 김태효 1차장이라고 보는데, 이 사람이 윤희근 경찰청장을 떠밀어 말레이시아로 보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이 말레시이아 마약 조직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희근 경찰청장이 말레이시아 경찰청과의 협력 체결 후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제가 옷을 벗을 위험에 닥치자 브리핑을 연기했고 이때부터 저는 대통령실의 존재를 알았다"며 "브리핑을 안 하더라도 계속 추적을 해야 되니까 필로폰 100kg이 배송되기로 한 이태원으로 가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에서 '마이클'이 마약을 (한국으로)보내려고 했는데, 이 마이클을 지휘하는 사람이 윤석열-김건희 씨의 대리인이라고 본다"며 "이태원 참사 난 곳에서 직선거리로 240m 정도 떨어진 곳에 필로폰 100kg을 배송을 시키려고 하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나. 이건 김건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고 말했다.
당시 백 경정은 "징계에 대한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며, 자신을 고발 사주한 김찬수 서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마약 사건을 덮어준 중앙지검 강력부, 인천지검 강력부에서 승진을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1일 유튜브 채널 뉴스버스TV <이진동의 속터뷰> 에 출연해서도 재차 김건희 일가의 마약의혹을 주장했다. 백 경정은 "(세관 마약수사) 처음부터 대통령실을 앞세운 정황들이 많이 나왔고, 하늘 국경을 통해 마약 수백kg이 들어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진동의>
그는 "(2023년 수사가 진행될 당시) 말레이시아 조직은 100kg을 공항을 통해 들여보낼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는 공항이 완전히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정황의 배후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김충식 씨(김건희 어머니 최은순 씨의 사업 파트너)의 2023년 11월 다이어리에 '310k 말레이시아', '55k 1차 55k'라는 메모가 발견됐는데 이는 말레이시아 마약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메모 등이 김건희 일가의 마약 사업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 尹부부 '내란자금 마약설' 허위사실 혐의로 백해룡 수사
한편 송파경찰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내란 자금 마련을 위해 마약 사업을 벌였다는 주장을 펼쳐온 백해룡 경정(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 대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3일 백 경정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인인 오상종 자유호국단 단장을 불러 고발 경위를 조사했으며, 백 경정 소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백 경정은 2023년 인천본부세관의 마약 밀수 연루 수사를 하던 중 대통령실·경찰·관세청 고위 간부들이 외압을 행사했다며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계엄 자금 마련용 마약 독점 사업'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며 당시 백 경정이 근거로 말레이시아 밀수범의 진술을 제시했는데 이 중 한 명이 "세관 직원의 조력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번복한 데 이어 밀수범이 지목한 해당 세관 직원은 사건 당시 비번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돼 백 경정의 주장에 의혹이 일고 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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