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K-민속놀이, 해외에서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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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K-민속놀이, 해외에서도 통할까

뉴스컬처 2025-11-14 15:06: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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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설날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윷을 던지고, 발로 제기를 차며 웃음꽃을 피우던 풍경. 이제 그 장면이 해외에서도 펼쳐질 수 있을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 한국문화원에서는 외국인 대상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민속놀이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놀이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을 넘어, 공동체 정신과 전통 문화를 함께 경험하게 하는 이 시도는 한국 민속놀이의 새로운 글로벌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윷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들이 윷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속놀이는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투호, 팽이치기 등은 한국인의 삶과 공동체 정신을 반영한다. 특히 윷놀이는 가족 단위로 새해나 명절에 둘러앉아 즐기는 보드형 게임으로, 네 개의 윷막대를 던져 나온 결과에 따라 말을 움직인다. 승부 너머 전통과 상징이 깃든 놀이다.

제기차기는 작은 동전에 종이를 감아 만든 제기를 발로 차올리는 방식이다. 설날과 추석, 겨울 명절에 주로 즐겼다. 균형 감각과 집중력, 반복 훈련의 미학을 요구하며,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문화적 요소를 지닌다. 널뛰기는 시소와 비슷하지만, 번갈아 뛰며 상대를 공중으로 띄우는 형태다. 전통적으로 여성과 소녀들이 즐겼으며, 여성의 연대와 자유를 상징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민속놀이는 전투적 요소와도 결합되었다. 석전이라는 돌 던지기 게임은 돌을 던져 상대를 타격하는 형태로 군사 훈련적 성격을 지녔다. 놀이가 사회 구조, 공동체 생존 전략, 전통 무예와 연결된 사례다.

손과 눈의 감각을 시험하는 게임도 있다. 팽이치기, 공기놀이, 투호, 고무줄놀이, 강강술래 등은 세대 간 연대와 공동체 문화를 전달한다. 팽이치기는 나이와 성별을 넘어 세대 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민속놀이는 글로벌화될 수 있을까. 이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영국 한국문화원은 ‘Traditional Korean Folk Games’라는 시리즈를 열어 시민들이 윷놀이, 제기차기, 딱지치기를 체험하고 역사와 의미를 배우도록 했다. 워크숍에서는 놀이 재현을 넘어 문화적 맥락까지 전달한다. 참여자들은 직접 도구를 만들고 실습하며, 민속놀이가 문화 학습과 문화 외교의 장이 됨을 체험한다.

국내에서도 외국인 대상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서울숲 공원은 주말마다 전통놀이 부스를 마련해 영어 안내와 함께 제기차기, 윷놀이를 체험하게 한다. 미션형 활동을 포함해 관광과 문화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민속놀이는 관광 콘텐츠로 활용될 때 강점을 발휘한다. 시각적이고 참여 중심의 체험은 직관적이며,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놀이 자체가 학습이 되고, 외국인과의 상호작용으로 문화 외교적 의미도 갖는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국 문화원에서 열린 부산 세계박람회 홍보 행사에서 참석자가 제기차기를 체험하고.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국 문화원에서 열린 부산 세계박람회 홍보 행사에서 참석자가 제기차기를 체험하고.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글로벌화 과정에는 도전이 따른다. 첫째, 규칙과 문화적 맥락을 외국인에게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전통 용어와 상징, 역사적 의미를 생략하면 깊이가 줄어든다. 윷놀이와 제기차기처럼 동작만 보여주면 공동체 정신과 철학적 의미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 둘째, 상업화의 위험이다. 민속놀이가 기념품화되거나 이벤트용 체험으로 변질되면 전통의 본질이 희석될 수 있다. 문화적 맥락이 사라지면 글로벌화의 가치는 떨어진다.

디지털 기술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 앱, 웹 기반 플랫폼을 통해 윷놀이, 공기놀이, 널뛰기를 디지털로 재현하면 전 세계에서 체험 가능하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하면 몰입감과 현장성까지 경험할 수 있다.

교육 콘텐츠로도 민속놀이는 강점을 지닌다. 놀이 중심 학습 자료, 워크북, 온라인 체험 세션을 통해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관광 체험을 넘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문화 교류로 이어진다.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센터, 해외 한국문화원 등은 글로벌화를 위한 예산과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단발 이벤트보다 정기 워크숍, 교사 양성, 현지화된 룰북 제작 등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축제와 결합한 접근도 효과적이다. 경북 안동의 민속 축제는 민속놀이는 물론 공연과 단체 간 교류까지 포함한다. 안동시는 이를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 활용,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다. 현지 축제, 문화 외교, 체험 프로그램을 결합하면 민속놀이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국제화할 수 있다. 체험은 참여를 넘어 문화적 공감과 이해를 만든다.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성과 현대성, 상업성과 문화유산 사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과도한 변형은 본질을 훼손하고, 지나친 보수성은 글로벌 접근성을 제한한다.

그럼에도 민속놀이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해외문화원 실험, 서울시 관광 체험 프로그램, 지역 축제 활용 등은 그 기반을 다지고 있다.

미래에는 디지털 플랫폼과 교육 콘텐츠, 문화 외교, 지역 프로그램이 함께 작동하며 민속놀이를 전 세계인과 나누는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한국 민속놀이는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적응을 거쳐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문화 자산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전통의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이 쌓일 때, 한국 문화는 체험을 넘어 또 하나의 외교적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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