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었던 유길준(1856∼1914)이 쓴 기행문 원고가 국가유산으로 지정된다.
기사를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13일 국가유산청은 '서유견문(西遊見聞) 필사 교정본'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한말 정치가이자 개화사상가인 유길준은 미국 유학 경험의 내용을 정리해 1895년 책으로 펴냈고 이것이 바로 '서유견문'이다.
1883년 최초 서양 사절단인 '보빙사'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그는 서구 문명에 감명을 받아 공식 임무를 마친 뒤에도 혼자 남아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바디에섹스과학관(피바디에섹스박물관 전신)의 당시 박물관장 에드워드 실베스터 모스(1838∼1925) 박사의 도움을 받아 세일럼에서 공부하게 된다.
그러나 갑신정변이 실패로 돌아가자 유길준은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한다. 당시 미국을 떠나던 유길준은 자신이 착용했던 관복을 포함한 개인 소장품을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기증했는데, 이 기증품들은 현재도 박물관의 주요 소장품으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 자료사진. / 국가유산청
귀국한 유길준은 개화파로 몰려 체포돼 한규설 집에 가택 연금된다. 이 가택연금 도중에 유길준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보고 느낀 걸 책으로 쓰기 시작했고 1889년 탈고한다. 이후 1895년 4월 일본에서 책으로 펴내며 '서유견문'을 세상에 보였다.
유길준이 쓴 '서유견문'은 서양 각국의 지리, 역사, 행정, 풍속 등의 내용을 20편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서양 문물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저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유산청은 "'서유견문'은 19세기 조선인의 입장에서 세계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라며 "역사학이나 서지학 연구에 있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총 9책으로 구성된 교정본 곳곳에는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검은색 또는 붉은색 먹 흔적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단순히 글자를 손보는 것뿐 아니라 문장을 다듬거나 내용을 바꾼 부분도 있어 교정 작업과 인쇄 이전의 원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가유산청은 근대 희곡에 큰 영향을 미친 극작가이자 연극 이론가 김우진(1897∼1926)이 남긴 희곡 원고(김우진 희곡 친필원고)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원고는 '두덕이 시인의 환멸', '이영녀', '난파', '산돼지' 등 총 4편으로 한국 문학사와 공연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국가유산청은 "1910~1920년대 일본 신파극이 지배하던 시기와 결별하고 서구 근대극을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식민지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고, 근대극의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시대정신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언어사, 생활사, 문화사, 사회사, 경제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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