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시중은행이 다음 달부터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마이데이터 가입을 받는다. 금융당국은 고령층·취약계층 포용을 이유로 오프라인 채널을 열었지만, 데이터 전송(API) 호출비 체계는 기존 그대로 유지된다. 은행과 핀테크는 이용자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고, 호출량에 따라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포용금융을 내세운 제도 확장이 정작 산업 지속성을 위협하는 ‘역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
◇API 호출할수록 비용 증가…수익구조 취약성 노출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 데이터 갱신이 발생할 때마다(API 호출) 비용을 낸다. 이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호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마이데이터 2.0 시행 이후에도 과금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1~2년간 여러 핀테크 기업이 ‘API 호출비 부담과 수익성 한계’를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신규 진입도 사실상 끊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마이데이터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고, 다른 사업 이익으로 손실을 상쇄하는 수준”이라며 “확장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가 여전히 가장 큰 제약”이라고 말했다.
호출할수록 비용이 늘어나고, 비용 규모를 사전에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구조는 산업의 투자 매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오프라인 확대, 포용금융인가 비용전가인가
다음 달 시작되는 오프라인 마이데이터 가입은 현행 비용 구조가 대규모 가입자 확대에도 견딜 수 있는지 검증하는 첫 사례가 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확장이 포용금융으로 이어지기보다 ‘비용 전가 구조’를 고착화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API 호출비는 그대로인데 영업점 인력 운영비까지 추가되면, 은행·핀테크 모두 수익성 압박을 피할 수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행 과금 구조에서는 오프라인 채널 운영의 공공적 성격이 더 강하다”며 “분석 결과는 참고 자료일 뿐, 이를 근거로 무자격 직원이 상품을 권유하는 구조는 내부통제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입 창구 확대만으로는 이용자 포용이 달성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장은 규제·비용 개편과 병행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투명한 과금·데이터 비공개…예측 불가능성이 지속성 위협
현재 과금 체계는 ‘비용 규모 그 자체’보다 ‘예측 불가능성’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신용정보원이 전체 호출량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사업자는 월별·분기별 비용을 추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장기 비용 계획이 불가능한 산업 구조는 투자 판단·사업 전략 수립에 치명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API 과금뿐 아니라 소비자 동의 절차, 데이터 활용 범위, 법적 책임 기준을 명확히 해야 오프라인에서도 신뢰 기반의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안으로 ‘스마트 호출 전송’을 제시한다.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전송하고 호출 주기를 유연화해 불필요한 호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과금 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며 “정기적 호출량 공개는 최소한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시행 앞둔 마이데이터 2.0…정책 취지와 사업 현실의 간극
마이데이터 2.0은 포용금융을 명분으로 오프라인까지 확장됐지만, 비용 구조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사업자 기반이 약화되고 서비스 품질도 후퇴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투명한 과금 체계 ▲예측 가능한 비용 ▲명확한 책임 기준이다.
이 세 가지 기반이 갖춰져야만 소비자 보호와 산업 지속성이라는 두 목표가 동시에 달성된다.
다음 달 시작되는 오프라인 창구 운영은 그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현장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제도 취지와 산업 현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마이데이터 산업의 향후 궤적이 좌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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