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패션계 '마른 몸 이상화'에 부작용 우려
SNS엔 초절식 정보 범람…의료기관도 '뼈말라' 홍보
"한달만 10㎏ 감량" 가수 현아, 공연 중 실신도
"빈혈·무월경·실신 등 위험…건강한 다이어트 해야"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나도 뼈말라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야?"(스레드 이용자 'har***')
"뼈말라 기원 1일차"(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yum***')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을 이상화하는 '뼈말라' 트렌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날씬함을 넘어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몸을 동경하는 분위기 속에서 소셜미디어(SNS)에는 '뼈말라'가 되기 위한 초절식 정보가 난무하고, 정상 체중 여성과 청소년의 비만치료제 오남용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에는 가수 현아가 해외 공연 중 무대에서 실신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가 공연을 앞두고 최근 한 달 만에 10㎏을 감량했다고 밝혔기에 극심한 다이어트 부작용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 "나도 저들처럼" vs "건강 잃을 수 있다"
'뼈말라' 흐름의 선봉에는 연예인들이 있다.
가수 화사, 배우 박민영·하지원 등 여성 연예인의 체중 변화가 일종의 퍼포먼스로 소비되면서 이를 따라 하려는 흐름이 확산한다.
지난달 15일 신곡 '굿 굿바이'로 컴백한 화사는 40㎏대까지 감량한 모습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에는 박민영이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가 지나치게 마른 체형에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바 있다.
또 8월에는 하지원이 SNS에 팔뚝이 드러나는 사진을 게재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뼈말라 체형'의 대표 사례로 퍼져나갔다.
여기에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배우 고(故) 최진실의 딸 최준희는 SNS에 극단적 저체중 사진을 반복적으로 올리며 '뼈말라 조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누리꾼들은 "화사 살 어떻게 뺐는데"(엑스 이용자 'geo***'), "인생 리즈 찍은 화사"(유튜브 이용자 'cra***'), "청초해 보이고 좋아요"('Bur***'), "하지원 언니는 뼈말라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너무 궁금하네"(스레드 이용자 'seo***') 등 부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동시에 "건강 잃을 수 있다"(유튜브 이용자 'Fld***'), "이건 완전 비정상"('sh***'), "날씬 아닌 마른 거임"('강미***'), "젊은 여성들이 따라 하면 건강을 해친다"('Hel***') 등 과도한 감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맞섰다.
◇ "한달만에 10㎏ 뺐다"…의료기관도 '뼈말라' 홍보
이런 상황에서 현아가 공연 중 실신하면서 극단적 다이어트의 위험성이 다시 부각됐다.
현아는 의식을 회복한 후 SNS에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줘 미안하다"면서 "사실은 나도 아무 기억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3일 SNS에 "정신 차리고 빡세게 다이어트해 보자. 뼈말라 좋아했잖아"라는 글을 올리며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그러더니 최근 한 달 만에 10kg가량 감량했다며 몸무게를 인증했다.
현아는 과거에도 무리한 다이어트 경험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종종 고백했다.
지난해 MBC TV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음식을 아예 안 먹었다. 일주일 굶었다. 미주신경성 실신이 몸무게 미달이면 무조건 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밥 한 알 먹었다. 한 달에 열두 번을 쓰러졌다"고도 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극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긴장으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혈압이 낮아지면서 나타나는 유형의 실신이다. 현아는 2019년, 2020년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지난 7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팔의 뼈 윤곽이 드러나는 '뼈팔' 같은 왜곡된 체형이 SNS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뼈말라' 연예인과 함께 XS~S 사이즈만 파는 브랜드가 인기를 얻는 등 패션계에서 마른 몸매를 이상화하면서 '작은 옷에 몸을 맞춰야 한다'는 강박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일부 의료기관들까지 '뼈말라', '뼈팔'이라는 단어를 시술 홍보에 적극 사용하며 상업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 "건강한 다이어트, 월 2~4㎏로 제한해야"
14일 현재 SNS에는 '뼈말라'가 되기 위한 초절식 정보가 난무한다.
엑스 이용자 'edg***'는 "일주일 동안 얼음 한 조각 먹기", "하루에 아몬드 6알과 뜨거운 차", "하루 식사량 김밥 3알" 등 아이돌의 극한 식단을 공유했다. 지난해 6월 올라온 해당 글은 조회 수 90만 회, 리트윗 3천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에는 '통통에서 뼈말라 가는 법', '마름 유지 루틴' 등 수백 개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굶어서 빠르게 마른 몸을 만든 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다.
이들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생리 2년 끊겼다"(스레드 이용자 'yeo***'), "탈모로 머리숱 절반이 사라졌다"(유튜브 이용자 '해물***'),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졌다"('연블***') 등 부작용에 대한 증언도 달린다.
전문가들은 '뼈말라'를 지향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재헌 성균관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양 결핍으로 탈모나 빈혈,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월경 불순이나 무월경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식 다이어트 시 근육량이 줄면서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요요 현상이 오기 쉽고,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며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감량 속도를 월 2~4kg로 제한하고, 단백질과 채소 등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aem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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