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식탁에 오르는 생선이 있다.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살이 오르고 기름이 올라 윤기가 흐르는 방어다. 늦가을부터 2월까지가 제철로, 이 시기엔 전국 어시장에서 방어의 은빛 몸통이 즐비하다.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면 고소한 기름이 혀끝에 녹으며 고소한 맛이 퍼진다.
지방이 풍부해 겨울철 대표 회로 불리며, 제주도나 남해 연안에서는 ‘겨울의 참치’라 부르기도 한다. 한때는 흔한 생선으로 취급됐지만, 지금은 제철이 되면 방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차가운 바다에서 자라는 겨울 생선, 방어
방어는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최대 1m 이상 자란다. 여름엔 북쪽으로, 겨울엔 남쪽으로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이다. 여름엔 일본 홋카이도 부근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제주 해역과 남해 근처로 내려온다. 이때 차가운 물 속에서 지방을 축적하며 살이 단단해지고 맛이 깊어진다. 그래서 겨울 방어가 최고로 평가된다.
단백질이 높고 지방 중에는 DHA, 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많다. 이 성분들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D와 B군이 풍부해 겨울철 면역력 유지에도 좋다. 방어의 지방은 녹는점이 낮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이 때문에 지방이 많지만 느끼하지 않고, 혀끝에 달라붙는 감칠맛이 특징이다.
방어는 몸빛이 은회색으로 빛나며, 옆구리에 황금빛 줄무늬가 있다. 어린 개체는 ‘방어’라 부르지 않고 크기에 따라 ‘부시리’, ‘잔방어’, ‘중방어’, ‘대방어’로 나눈다. 제주 연안에서는 7kg 이상을 대방어로 취급하며, 그 이상 크기면 지방이 많고 조직이 치밀하다. 살은 붉은빛을 띠지만, 참치보다 단단하고 풍미가 부드럽다.
방어가 겨울을 대표하는 회가 된 이유
방어는 계절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여름엔 살이 물러지고 지방이 적지만, 겨울에는 수온이 낮아지면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지방을 축적한다. 이 시기 방어의 지방 함량은 최대 20% 이상으로, 다른 생선보다 훨씬 높다. 지방이 충분히 오르면 살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풀어지고, 고소한 단맛이 난다.
제주도와 남해에서는 예부터 겨울이면 방어잡이가 활발했다. 겨울 바다에서 잡은 방어는 기름이 많아 ‘회 중의 회’로 불렸다. 지방이 하얗게 비칠 정도로 올라 ‘겨울의 참치’라 불리며, 참치보다 가벼운 맛으로 인기다. 바닷물이 차가울수록 방어의 지방이 응고돼 입안에서 천천히 녹는다. 그래서 같은 방어라도 12월~1월 사이 잡은 것이 가장 맛있다.
방어 축제도 겨울의 상징이 됐다. 제주도 한경면, 완도, 거제 등지에서는 매년 12월이면 ‘방어 축제’가 열린다. 겨울 회의 제왕이라는 이름은 단지 맛뿐 아니라, 계절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방어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
방어는 기름이 많아 회로 먹을 때는 얇게 써는 것이 좋다. 살점이 두껍게 썰리면 지방이 입안에 남아 느끼해질 수 있다. 가장 맛있는 부위는 배쪽살로, 지방이 고루 퍼져 부드럽다. 뱃살은 씹으면 단맛이 올라오고, 등살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방어는 온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므로 너무 차갑게 먹기보다, 냉장고에서 꺼낸 후 5분 정도 두었다가 먹는 게 좋다.
간장이나 초장은 기본이지만, 제주에서는 기름진 맛을 잡기 위해 겨자 간장에 찍어 먹는다. 무채를 곁들이면 방어의 지방을 중화시켜 마지막까지 느끼하지 않다. 김 위에 방어회와 무순, 마늘을 올려 쌈처럼 먹으면 고소함이 극대화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방어 초밥’이다. 따뜻한 밥 위에 얇게 썬 방어를 얹으면 밥의 온기에 지방이 살짝 녹아 향이 진해진다.
회 외에도 구이나 조림으로 즐길 수 있다. 방어 대가리를 간장 양념에 졸인 ‘방어머리조림’은 제주 가정식으로 유명하다. 지방이 녹아 국물이 진하고, 밥반찬으로도 훌륭하다. 껍질은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하고 고소하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