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3일차 - 오늘은 45k, 쓰러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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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13일차 - 오늘은 45k, 쓰러질 뻔했다.

시보드 2025-11-14 00:50:01 신고

내용:

 

 

 

어제는 뉴질랜드인, 그제는 스웨덴인, 그끄저께는 미국인,
그 전에는 또 미국인과 한국인이 돌아갔고, 오늘 아침엔
출발 전에 국적 모를 백누나가 더 이상 못하겠다고 울었다.

순례길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응 좋았지~" 한다.
근데 완주한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게 있다.
'고통'. 내내 고통스럽다. 온몸이 아프고 발은 불나고
무릎 환자가 없는 사람이 없다. 전부 심각하다.
통증은 완벽한 오랜 요양을 통해만 사라지므로
끽해야 2~3일 쉬는 순례자들은
통증이 매일 더 심해지고 더 커진다.

힘든건 어떻게든 견딘다. 동행이 있으면 더 쉽다.
하지만 통증은 나누질 못한다. 이 길이 굉장히 힘든 것
뿐만 아니라 아픈 길이란걸 잘 알려주는게 중요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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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쪽 발이 눈에 띄게 퉁퉁 부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무섭더라
어느 정도였냐면 운동화가 꽉 껴서 안신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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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처음으로 많은 한국인을 만났는데
오늘 아침 또 처음으로 나와 같은 시간에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남
그게 다 한국인이었음. 역시 부지런해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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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에 정성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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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답다. 이 별들을 보기 위해 랜턴을 안킨지가 며칠인지
별들을 보면서 걷고 있으면 세상 천지 부러울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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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은하수 너머로 여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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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절뚝거리니 한국인 분들이 먼저 앞서 가셨다.
처음 봤다. 항상 혼자 제일 먼저 걸으니 몰랐는데
저렇게들 함께 걷더라. 보기 좋았다. 힘이 덜 들 것 같았다.
이 분들은 감사하게도 내게 몇 번 손을 내밀어 주셨는데
고독한 찐따 인프피 배붕이는 홀로 걷기를 자처했다.
사실 첫 단추 잘못 꿴 뒤로 목적을 수양으로 바꿨기에
외롭긴 했지만 나를 더욱 더 채찍질 했다.

난 더 고독하고 더 고통 받아야 해. 이걸 이겨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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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로 올라왔을 때 돌아본 전날 마을.
일출 때 맞춰 제대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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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타 평원.
원래 이 길을 한도 끝도 없이 몇날며칠을 달리고 싶었다.
첫 날부터 부상 당해 망했지만... 아쉽다. 여길 걷고만 있다는게.

순례길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여길 간단히 러닝해서 20일이면 완주하겠지 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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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뜰 때 아침 먹기. 내 의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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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뛰지 못한다는게 한이 될 것 같다...
미국과 뉴질랜드 때도 아쉬웠는데
그 때야 패키지니깐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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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래 해바라기 밭으로 아름답다던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다 시들었다. 나름 운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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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없이 달려보고 싶다. 무릎만 성했으면...
포레스트 검프가 뛸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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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또 두 마리가 밥 달라고 와서 애교를 부리더라
킹치만 내겐 바게트와 땅콩 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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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중간이 없다.
어제는 강풍이, 그제랑 그끄저는 패딩 입어도 엄청 춥고
오늘은 무쟈게 덥다. 일교차가 한반도 뺨친다.
재밌는건 내내 온도는 15도라고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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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직진하며 걷다가 딴데로 왔다.
이게 참 이상하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길 따라 가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딴 곳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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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밭을 건너는데 여기서 발 다 다침. 너넨 이러지 말고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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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이 정상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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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밭만 보여줘서, 이런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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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k 중 남은 5k 지점
이 구간이 마의 구간이다.
힘은 다 빠졌고 가도 가도 끝은 안나고
아마 이 쯔음이 11시간 걸렸는데 이후로 2시간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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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k 남은 지점, 이 때 쓰러질 뻔했다.
며칠동안 강행군과 통증의 끝을 봐서 그런가
가다가 점차 눈이 감기고 힘이 풀리는게 느껴지더라
이렇게 쓰러지면 여기 아무도 없는 시간대라
진짜 죽을 수도 있기에 남은 무언가 막 꺼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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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늘 묵을 마을이 보인다.
그럼에도 이러고 한 시간 넘게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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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에 도착했는데 집주인 양반은 어디 갔다. 대기 중
얘들은 이러고 어떻게 먹고 사는지 항상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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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파보인다고 빈 방을 줬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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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고 보지 왼쪽 다리가 맘모스 다리가 되어 있다.
이거 터지는거 아냐? 처음 겪는 일이라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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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먹다 남은 맥주 싸들고 다니던게 힘들어서
마트 가는 길에 후딱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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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일 도시락과 맥주
아침 + 내가 도착하는 시간엔 항상 식당이 안열어서
반드시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안그럼 ㄹㅇ 굶음
바게트는 내 생명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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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는데 한국인 분이 계셔서 같이 식사했는데 신부님이었다.
나는 종교가 없고 불교에 가깝지만 대화하면서
굉장한 존경심을 받았다. 신부님 아무나 하는거 아니더라.

정신적으로 영감을 크게 받았다.
감사하게도 함께 동행하자고 권해주셨지만
내일 일어나서 결정하겠다고 하고 답을 미뤘다.

나는 이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나 스스로를 궁지에 몰고 싶어진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해서 혼자 이겨냈을 때 비로써
내 순례의 수양이 마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이게 내 길을 걷고 내 길을 즐기는 방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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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담고 싶은 생각과 말이 많았는데
다 걷고 숙소에 와서 술 한 잔 하고 나면 기억이 안난다.
끝났다. 라는 마음 때문일까

맥주 3캔 남았는데 아까 와인을 너무 마셔서 어캐야 할지
이거 또 들고 가면 고행인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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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목표는 40k인데
신부님이 무릎 더 상하게 하지 말라고 하신다.
고민이 많이 된다... 더는 위험할거 같긴 한데
내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는 것도 싫다.

내일 일어나서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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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계단에서 맥주 먹고 있는데
양형들 모여서 곰방대에 담배 나눠 피드라
덕분에 맥주 다 마심




걸으면서 계속 생각하다가 잊었다가 지금 다시 생각났는데
내 인생에 늦었지만 소원이 하나 늘었다.
살아 생전 받은 은혜는 모두 갚고 죽고 싶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간에......
내가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고 싶다.
작든 크든 내 마음을 위로해준 모든 이들에겐 갚고 싶다.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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