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으로 시름하던 지방의 한 아파트 단지 시행사가 고심 끝에 2억 원 내린 5억 원대로 할인 분양에 나서자 기존 입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뉴시티 에일린의뜰 2차'에서는 최근 입주민과 시행사 아이에스동서(IS동서)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시행사가 최근 대규모 할인분양과 금융 지원책을 내놓자, 기존 입주민들이 "고분양가 피해를 입었다"라며 강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2일 입주민들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이에스동서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분양가를 내릴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던 건설사가 이제 와서 할인분양을 시행했다"라며 신뢰 훼손과 재산 손실에 대한 책임을 요구했다.
문제의 단지는 울산 덕하지구 B2블록에 위치한 전용 84·99㎡, 총 967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시행과 시공을 모두 아이에스동서가 맡았으며 2021년 분양 당시 최고 7억2600만 원(99㎡ 기준)의 분양가로 지역 내에서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준공 이후에도 약 600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자,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신규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분양가의 30%를 2년 뒤 납부할 수 있는 잔금 유예 제도 또는 선납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울산뉴시티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사실상 분양가 인하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 입주민은 "40평형을 7억2000만 원에 분양받았는데, 같은 평형이 현재 5억7000만 원에 공급되고 있다"며 "건설사의 정책 변화로 재산 가치가 1억5000만 원 이상 하락했다"라고 토로했다.
지방 부동산 미분양 급증에 '금융 혜택' 전략 택해
문제는 입주 초기 열린 공청회에서 회사 측이 "할인 분양은 없다"라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분양률이 70%를 넘었다는 말을 믿고 대출까지 받아 계약했는데 입주식도 끝나기 전에 억대 할인분양이 진행됐다"라며 "아이에스동서가 약속을 저버렸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아이에스동서 측은 '분양가 인하'가 아닌 '금융 조건 완화'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침체로 인해 신규 입주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잔금 유예나 선납 시 혜택을 제공한 것일 뿐, 공식적인 분양가 할인은 아니다"라며 "금융기관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입주를 독려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수도권 시장과는 달리 지방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자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자, 여러 건설사들이 뒤늦게 '할인분양' 혹은 '금융혜택' 전략을 내놓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경기 침체기마다 반복적으로 할인 전략을 쓰지만, 이런 방식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도와 소비자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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