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금융당국과 롯데손해보험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롯데손보는 자본적정성 악화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내리자 행정소송에 나섰다. 민간 금융사가 금융당국의 행정조치에 반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표면적으로는 규제 해석과 적용 차이에 따른 충돌로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안은 더 복잡하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 사모펀드 운용사(PEF) JKL파트너스의 출구 전략과 금융 감독 방향성이 정면 충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손보 이례적 반기…금융당국 상대로 행정소송
롯데손보는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에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일 금융위가 롯데손보에 내린 ‘경영개선권고’ 취소가 핵심이다.
금융위는 롯데손보의 자본 건전성이 취약하다며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롯데손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등급은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잠정등급은 4등급(취약)으로 결정된 바 있다.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자본적정성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계량평가 결과를 행정조치에 반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해묵은 자본적정성 갈등…임계점 넘어 폭발
롯데손보와 금융당국의 충돌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롯데손보는 이번 경영개선권고 이전부터 금융당국과 수차례 부딪혀 왔다.
지난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계리가정, 올 상반기 후순위채 조기상환 이슈 등 자본적정성 문제로 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계리가정과 후순위채 조기상환은 모두 자본적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항목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립 구도가 이번 경영개선권고를 계기로 폭발했다”고 해석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자본 관리·감독 기조가 변화하고 강화되는 가운데 롯데손보의 규제 해석과 적용 방식이 계속 차이를 보이며 충돌해 왔다”며 “양측 모두 주장에 근거가 있는 만큼 시시비비를 가르기 어렵지만, 묵혀뒀던 갈등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식 경영 전략 금융 감독 기조와 정면 충돌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민간 보험사의 자율경영과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사모펀드식 경영 전략과 금융당국의 거시적 시장 감독의 충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다. 2019년 롯데손보 지분 77%를 인수했다. 현재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매각을 추진 중이다. 통상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시 매각 시점을 4~5년으로 잡는데, 롯데손보는 이미 통상적 매각 시점을 넘어섰다.
사모펀드는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 차익을 남기는 구조다. 롯데손보의 계리가정과 후순위채 조기상환 이슈는 모두 매각과 맞닿아 있다. 시장이 납득할 만한 기업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가 필수적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롯데손보 매각을 위해 회계상 지표를 아름답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매각을 염두에 둔 롯데손보·JKL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당연한 관리 작업이었지만, 자본규제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금융당국 눈에는 그 작업이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원 결정 향방, 사모펀드 경영과 감독정책 시험대
사모펀드는 단기 수익 전략을 중시한다. 반면 금융당국은 장기 건전성 중심의 감독 기조에 따라 움직인다.
롯데손보는 매각을 염두에 둔 기업가치 제고 과정에서 자본적정성 지표를 관리할 유인이 컸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본규제 체계가 강화되는 시점에 롯데손보의 자본적정성 관리 전략이 보험사의 장기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롯데손보의 행정소송은 자본적정성 논란을 넘어 사모펀드 경영 방식과 시장 안정 기조가 부딪힌 결과물이다. 향후 법원의 판단은 사모펀드식 경영에 대한 감독 정책 조정 여부와 운영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선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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