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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정권 심판의 호기로 삼아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대통령 직함을 생략하며 탄핵을 언급하는 강경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정작 여론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도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몸통은 이재명”이라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장 대표는 지난 10일 충북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직격했고, 12일 국회 앞 규탄 집회에서는 “무도한 정권이 대장동 항소 포기를 덮으려 황교안 전 총리를 긴급체포하고 압수수색하고 있다.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서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강공 속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일정 성과도 있었지만,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13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2%, 국민의힘 21%였다. 직전 조사(민주당 39%, 국민의힘 25%) 대비 격차가 14%포인트(p)에서 21%p로 벌어졌다. 공세 강도와 여론 흐름이 정반대로 간 셈이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4.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때문에 당 내부도 당혹스러운 기류다. ‘항소 포기’를 최대 악재로 규정하며 정치적 국면 전환을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역효과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정권이 무도하게 정치보복을 하는 판국”이라며 “항소 포기 이슈가 대중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결과”라며 강공 모드는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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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내에선 ‘쓴소리’도 적지 않다. 핵심 지지층에만 호소하는 메시지로는 외연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깊이 반성해야 하는 결과”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발언에 이어 황교안까지 거론한 건 당을 수렁으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강성 보수만 끌어안다간 대안 정당이 아니라 제2의 윤석열로 비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별다른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대규모 장외 집회 역시 실효성 논란으로 의견이 갈리며 결국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여론조사는 항소 포기 이슈가 반영된 결과”라며 “지지층 일부가 보수 정당이 아닌 중도로 빠진 흐름이 수치로 확인됐다. 장동혁 대표의 워딩을 아무리 세게 해도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무지성 네거티브’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공세는 이미 윤석열 정부 내내 반복됐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며 “네거티브만으로는 판세를 뒤집을 수 없다. 이재명·김현지 때리기보다 정책적으로 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경 노선을 앞세우며 당권을 잡았지만, 취임 직후 “싸울 땐 싸우되, 민생에는 협조하는 대안 정당”을 기치로 내세우며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장 대표가 스스로 강조했던 ‘대안 정당’의 실체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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