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이 인도네시아를 경유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네시아 사례에 대해 "칩 이동의 전 과정과 관련 기업들을 모두 추적했다"며 미국 기술이 중국 기업에 전달된 경로가 총 4단계를 거쳤다고 보도했다.
우선, 엔비디아는 AI 서버를 제작하는 글로벌 파트너사들에 칩을 판매한다. 이 중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에이브레스(Aivres)는 중국 기술기업 인스퍼(Inspur)가 지분 3분의 1을 보유한 회사다. 인스퍼는 2023년 미국 정부가 군사용 슈퍼 컴퓨터 개발 연루를 이유로 '무역 블랙리스트(거래 금지 대상)'에 올린 기업이다.
인스퍼와 그 계열사는 제재 대상이지만, 미국 내 법인인 에이브레스는 제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엔비디아와 거래가 가능하다.
에이브레스는 인도네시아 통신사에 엔비디아 최첨단 AI 칩이 장착된 서버를 판매했고, 이 통신사는 에이브레스가 연결한 중국 고객인 상하이 기반 AI 스타트업 INF 테크에 서버를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총 2300개의 엔비디아 칩이 INF 테크에 제공됐다. 이 회사는 이를 활용해 금융 알고리즘·신약 개발 등 연구용 AI 모델 훈련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칩 규모는 최신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수만~수십만 개에 비해 대비 소규모지만, 중국이 직접 구매할 수 없는 최첨단 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중국 내 AI 데이터센터 능력 강화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첨단 AI 칩의 중국 수출을 막고 있다. 그러나 이번 거래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합법적 우회 경로를 통해 수행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는 인도네시아 등 비동맹국으로의 첨단 칩 이전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이 마련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규정을 집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WSJ은 일부 전·현직 미국 국가안보 관계자들이 "자카르타 사례와 같은 우회 거래는 정부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반면 엔비디아 등 기술기업들은 "수출통제 강화보다는 미국 기술을 세계가 더 많이 사용하게 하는 것이 미국의 혁신과 경쟁력 유지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INF는 "군사 관련 연구를 하지 않으며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통신사 측도 "해외 고객 모두 동일한 규정을 적용받으며, INF는 칩에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역시 "준법팀이 모든 파트너를 심사한 뒤 제품을 공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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