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역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富)가 상위층에 집중되면서 고액자산가 확보가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의 총 금융자산은 2826조원으로, 국내 전체 가계 금융자산(4822조원)의 58.6%를 차지한다. 업계 전반이 세무·승계·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WM 서비스’를 내세워 고객 확보전에 뛰어든 배경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는 신뢰 기반의 장기 거래를 선호해 주변 추천 효과가 크다”며 “사업가 비중도 높아 임직원 자산관리, M&A, IPO 자문으로 사업이 확장되기 때문에 선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초고액자산가 5000명 시대…WM ‘원조 강자’
삼성증권은 국내 WM 시장의 개척자로 꼽힌다. 2003년 브로커리지 중심이던 시장에 종합 자산관리 개념을 도입했고, 2010년 자산 30억원 이상 고객을 위한 ‘SNI(Success & Investment)’ 브랜드를 출범했다.
초고액자산가 규모는 2020년 말 2855명에서 올해 9월 5449명으로 91% 넘게 늘었다. PB(프라이빗뱅커) 컨설팅 역량에 IB·리서치 조직이 결합한 구조가 강점으로 평가된다. IB본부는 기업 오너 고객에게 IPO·M&A·가업승계 자문을 제공하고, 리서치센터는 시장 전망과 리스크 관리 전략을 제공하며 WM 시너지 기반을 다져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초기에는 ‘삼성’ 브랜드 신뢰가 컸지만 현재는 20년 넘는 자산관리 경험과 해외 모델 벤치마킹, 고객 맞춤 솔루션이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WM, 이제는 ‘가문 단위’…승계·세무·교육까지 포괄
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는 개인 관리 수준을 넘어 ‘가문 관리’로 확장되는 추세다. 증권사들은 가업 승계, 세무 전략, 유산 설계, 자녀 교육·해외 유학 컨설팅 등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패밀리오피스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는 예탁자산 300억원 이상 가문을 대상으로 하며, 지난 7월 기준 200가문을 돌파했다. 이를 기념해 유전자 검사 등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초고액자산가 조직 ‘GWM(Global Wealth Management)’은 미술품 구매·교육, 골프·신차 시승, 성혼 매칭 프로그램, 맞춤형 여행 컨시어지, 유학·어학연수 컨설팅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간 WM 차별화 경쟁은 자산관리의 경계를 넓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고객에게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경쟁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이 격전지…라운지·센터 프리미엄화
증권사 WM 경쟁의 무대는 단연 ‘강남’이다. 고액자산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고급 라운지·전담센터가 잇따라 문을 열며 물리적 공간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강남권 5개 지점을 통합해 논현동에 ‘챔피언스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리서치센터와 연계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서비스를 제공하며, 세무·부동산 상담, 교육 프로그램, 문화행사, 고객 커뮤니티를 포함한 복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KB증권은 이달 초 서초 지역에 ‘서초PB센터’를 새로 열었다. 국내외 주식과 국고채·회사채·해외채권은 물론 공모·사모펀드, 신탁·랩(Wrap) 상품까지 PB와의 1:1 맞춤 상담으로 제안하는 고액자산가 전담 거점이다.
이종권 KB증권 서초PB센터장은 “서초는 고액자산가가 밀집한 핵심 지역”이라며 “센터를 WM 전략의 거점으로 키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신한은행과 손잡고 금융권 최초의 공동영업팀을 청담동에 출범했다. 시범 거점은 ▲신한 Premier 패밀리오피스 청담센터(은행·증권 복합채널) ▲신한 Premier 청담금융센터(증권) 두 곳이다. 은행·증권 복합 포트폴리오 관리에 더해 PB 투자전략과 리스크 관리 서비스를 결합했다.
미래에셋증권도 5월 삼성동에 ‘더 세이지(The Sage) 패밀리오피스’를 신설했고, 메리츠증권은 여의도 PIB센터와 별도로 초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PIB강남센터’를 역삼동에 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규모의 경제가 핵심이기 때문에 소규모 지점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고급 라운지 중심의 종합 상담형 매장이 WM 고객 확보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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