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담보가 없는 기업대출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선 가운데,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건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4.88%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5.11%) 대비 0.2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평균금리가 5%대 후반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4.12%로, 신용대출과의 금리 격차는 불과 0.7%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다.
통상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리스크 부담이 커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게 책정되지만, 최근엔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금리 인하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가계대출 대신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면서, 은행들은 기업금융 시장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이 규제에 막히면서 사실상 성장 여력이 줄었다"며 "최근엔 우량 중소기업 대출 유치를 위해 금리를 0.2~0.4%포인트씩 내리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경쟁이 리스크 관리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완만하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내수업종이나 자금 사정이 취약한 소상공인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우량 기업뿐 아니라 리스크가 높은 차주에게까지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경우가 있다"며 "단기 실적 경쟁에 치중하면 향후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는 경기 저점 이후 회복 기대가 반영된 국면이지만, 이자수익이 줄어드는 동시에 대손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수익성과 건전성 간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최근 은행권의 기업대출 확장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상반기 중 중소기업 대출심사 실태 점검을 예고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과도한 금리 인하 경쟁이 자산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경우 경고성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방향성은 자금의 '생산적 활용'이지만, 그것이 곧 무리한 금리 인하 경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시장 점유율보다 리스크 관리 중심의 질적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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