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칼럼] '광양' 스토리 자산을 갖고도 활용 못하는 도시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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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광양' 스토리 자산을 갖고도 활용 못하는 도시의 민낯

월간기후변화 2025-11-13 10:13:00 신고

▲ 이충재 전 한국노총 부위원장    

최근  힙합과 이순신을 접목한 테마를 기획하는 친구가 ‘힙합월드리그 전남지역 추진위원장’ 제안을 받고 광양·순천·여수 일대를 직접 둘러봤다.

 

그는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한 지역형 힙합월드리그를 기획하기 위해 여러 체육관과 공연장, 부대시설을 점검했다.

 

그런데 현장을 돌아본 그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렇게 좋은 스토리 자산을 가진 도시가 왜 스스로의 가치를 알려내지 못하느냐”는 심각한 문제의식이었다.


이 질문은 지금 광양시가 직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전국 모든 지자체가 ‘굴뚝 없는 산업’인 관광에 사활을 거는 시대, 광양시는 이미 손에 쥐고 있던 문화·콘텐츠 자산을 도시 브랜드로 발전시키지 못한 대표적 지역으로 꼽힌다. <명량>, <부산행>, <서울의 봄> 등 천만 영화가 광양에서 촬영됐다는 엄청난 사실조차 정작 시민도 잘 모른다. 알고 있어도 관광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해 도시 이미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광양만 해양공원 일대는 영화 <명량>의 핵심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제작진이 대형 세트장을 설치해 수개월간 촬영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다른 지역이라면 이 촬영 세트 주변만으로도 관광 콘텐츠를 만들고 체험 코스를 조성했겠지만, 광양은 이 기회를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반면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은 드라마 <겨울연가> 단 한 편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일본·대만·동남아 관광객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욘사마’를 외치며 당시 촬영 장면을 따라 걷는다. 콘텐츠를 ‘기억의 명소’로 바꿔낸 기획과 실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양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명량>처럼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초대형 콘텐츠를 가졌음에도, 이를 스토리텔링·투어·브랜딩으로 연결하는 과정이 완전히 빠져 있다.

 

 

더구나 광양은 이순신대교, 이순신 장군 동상, 이순신유적공원이라는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이순신 3종 패키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순신대교의 주탑 간 거리 1,545m가 장군의 탄생 연도 ‘1545년’과 같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관광·문화기획자들이 탐낼 만한 환상적인 서사다. 그러나 그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 하나, 방문객 동선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유적공원으로 향하는 길은 포스코 화물차가 다니는 산업도로뿐이다. 관광객이 접근하기 어렵고, 현장을 찾으려면 ‘내비게이션만 믿고 가는 수밖에 없는’ 도시가 됐다. 시민들은 “이순신을 품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버린 도시”라고 비판한다.

 

 

영화 <서울의 봄> 또한 광양에서 주요 장면을 찍었지만, 촬영지 안내나 관광 자원화는 전무하다.

 

2023년 전남영상위원회는 광양이 촬영지라고 대대적으로 알렸고, 당시 광양시는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년 뒤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촬영은 유치했지만, ‘그다음 단계’인 산업화·관광화·브랜드화는 비어 있다.

 

 

전문가들은 광양시의 고질적 문제를 ‘전략 부재’라고 지적한다.
콘텐츠가 있는데, 스토리텔링이 없고
촬영지가 있는데, 관광동선이 없고
이순신이 있는데, 도시브랜딩이 없다.

 

 

힙합월드리그 추진하는 위원장으로 지역을 둘러본 친구는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이유도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이순신으로 세계 공연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외지에서 찾아오는데, 정작 광양은 이순신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맞다.

 

광양은 천만 영화와 이순신이라는 ‘보물’을 갖고도, 그것을 발굴하지 않은 도시다. 남이섬이 드라마 한 편으로 세계인의 성지가 된 사이, 광양은 천만 영화 세 편을 품고도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도시가 됐다.

 

광양이 진짜 극복해야 할 문제는 예산 부족도, 인프라 부족도 아니다.


도시가 가진 자산을 바라보는 시선과 전략의 부재,


그리고 스스로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 ‘의지의 부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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