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제11회 아시안 월드 필름 페스티벌(Asian World Film Festival·AWFF)'을 공식 후원하며, 자사 시네마 LED 브랜드 '오닉스(Onyx)'의 글로벌 확산에 다시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번 참여는 단순한 후원을 넘어, 영화관 기술의 중심축을 '프로젝터에서 LED로' 옮기려는 삼성전자의 장기 전략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페스티벌의 주요 행사들이 진행되는 장소는 삼성전자가 2017년 세계 최초로 상업 설치에 성공한 시네마 LED 상영관, 컬버 극장(Culver Theater)이다.
개·폐막작 상영뿐 아니라 주요 시상식까지 모두 오닉스 스크린에서 진행되며, 영화제 자체가 'LED 기반 상영 환경을 공식 무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화 산업은 100년 넘게 프로젝터 방식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오닉스는 LED가 직접 빛을 내는 방식으로, 압도적인 명암비·고른 화면 균일도·좌석 위치에 따른 품질 편차 해소 등 프로젝터 방식이 구조적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영역에서 두각을 보인다.
특히 제작자나 촬영감독이 구현한 장면을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어, 창작자 커뮤니티를 움직이는 '기술적 설득력'을 갖춘 점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영화제 기간 '삼성 오닉스: 시네마 경험을 재정의하다'라는 패널 세션을 열어, 시네마 LED 기술이 영화 제작·후반작업·상영에 가져올 변화를 업계 전문가들과 논의한다.
이는 기술 홍보를 넘어, 영화 제작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적 행보다.
극장 산업의 표준 전환은 기술이 우수하다고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색보정 기준, HDR 시네마 규격, 후반 작업 프로세스 등 콘텐츠 제작 단계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영화제와 같은 창작자 중심 무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극장에서 보여지는 방식이 바뀌면, 만드는 방식도 바뀐다"는 산업적 법칙을 정확히 읽은 움직임이다.
오닉스는 2017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를 시작으로 수원·부산 등 국내 6개 지점으로 설치가 확대됐으며, 올해 4월 시네마콘(Cinemacon)에서 공개된 신형 '오닉스 ICD'는 최근 롯데시네마 신림 '광음LED'관에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해외에서도 북미·유럽·중동을 중심으로 상영관 설치가 이어지며, LED 상영관이 하나의 시장 축으로 자리잡아가는 단계다.
국내 설치는 초기 레퍼런스 확보 성격이 강하다면, AWFF·시네마콘 등 미국 영화 산업권역에서의 확산은 '글로벌 메인 시장으로의 본격 진입'을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이번 후원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북미 영화 산업이 시네마 기술의 표준과 트렌드를 결정짓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발표가 담고 있는 최심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극장 장비 제조사가 아니라, 영화 경험의 미래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기술 기업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터 기반 상영관은 유지비, 밝기 관리, 화면 균일도 등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LED 상영관은 램프 교체가 필요 없고, 장시간 운영에서도 화면 품질 편차가 적으며, HDR급 밝기·명암비를 실현할 수 있다.
극장 산업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상황에서, LED 상영관은 경쟁력 있는 '프리미엄 포맷'으로 부상할 충분한 기술적 명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패널 세션·콘텐츠 제작자 협업으로 제작 생태계와의 대화를 확대하는 것은 미래의 영화가 LED 상영 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흐름을 조기에 포착하고 주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즉, 단순한 제품 영업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를 설계하는 주도적 위치를 노리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AWFF 후원은 기술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화가 만들어지고, 편집되고, 상영되는 방식 전체가 전환점에 서 있는 지금, 삼성전자는 시네마 LED라는 새로운 규칙을 제안하는 플레이어로 전면에 나섰다.
극장 산업이 다시금 혁신을 요구받는 시대, 오닉스는 단순한 상영 장비가 아니라 새로운 시네마 경험의 시작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꿈꾸는 "미래 시네마의 표준"은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산업의 무대 위로 올라섰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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