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붉은색 먹 흔적 곳곳에…"역사학·서지학 연구에 중요 자료"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조선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었던 유길준(1856∼1914)의 고민과 열정이 묻어나는 원고가 국가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서유견문(西遊見聞) 필사 교정본'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유길준은 한말 정치가이자 개화사상가다.
그는 1883년 최초 서양 사절단인 보빙사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했고, 이후 에드워드 실베스터 모스(1838∼1925) 박사의 도움을 받아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공부했다.
미국에서 유학하며 경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 '서유견문'이다.
서양 각국의 지리, 역사, 행정, 풍속 등의 내용을 20편에 걸쳐 소개한 이 책은 서양 문물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저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 9책으로 구성된 교정본 곳곳에는 검은색 또는 붉은색 먹 흔적이 남아있다.
단순히 글자를 손보는 것뿐 아니라 문장을 다듬거나 내용을 바꾼 부분도 있어 교정 작업과 인쇄 이전의 원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은 "'서유견문'은 19세기 조선인의 입장에서 세계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라며 "역사학이나 서지학 연구에 있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유견문 필사 교정본'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유산청은 근대 극작가이자 연극 이론가 김우진(1897∼1926)이 남긴 희곡 원고(명칭은 '김우진 희곡 친필원고')를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확정했다.
원고는 '두덕이 시인의 환멸', '이영녀', '난파', '산돼지' 등 총 4편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근대극의 새 시대를 열고자 했던 시대 정신이 반영된 작품"이라며 "언어사, 생활사, 문화사, 사회사, 경제사 등 여러 분야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전북 부안의 '부안 격포리 페퍼라이트'와 '부안 도청리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도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격포리의 페퍼라이트(peperite)는 두께가 1m 안팎인 독특한 모양의 암석층이다. 페퍼라이트는 화산암과 퇴적암이 파편처럼 한데 섞인 암석을 일컫는다.
도청리의 솔섬 응회암 내 구상구조는 약 8천700만 년 전인 후기 백악기에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포도송이 구조의 화산암이다.
모두 변산반도의 지질학적 역사를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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