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가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파키스탄에서 이달 말 국방총사령관으로 취임하게 되는 사이드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에게 평생 법적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이 12일(현지시각) 이뤄졌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NYT는 헌법 개정에 대해 야당 정치인과 판사들, 전문가들이 민주주의가 침식되고 권위주의가 강화되는 신호라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무니르 육참총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야전원수”라고 부른 인물이다.
개정 헌법에 따르면 야전원수와 상징적 국가원수이자 임시 정부 구성과 인사권 등 실질적 권한을 가진 파키스탄 대통령은 평생 법적 기소로부터 면책된다.
2억4천만 인구의 핵무장 국가인 파키스탄은 1947년 건국 이래로 민정과 군정 사이를 오가며 정권이 바뀌어왔다.
마지막으로 나라를 직접 통치한 육군참모총장은 페르베즈 무샤라프였다. 그는 1999년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되었고, 2008년까지 재임했다.
이후 명목상 민간정부가 권력을 잡았지만, 군부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너무 막강해 ‘혼합 통치’ 체제라고 불렀다.
이번 제27차 헌법은 권력의 균형을 군 쪽으로 더 기울이게 할 전망이다.
무니르 야전원수가 누릴 권한 확대 외에도, 행정부가 임명하는 판사들로 구성되는 새 법원이 대법원보다 우위의 최고법원이 된다.
육군참모총장이나 정부 지도자들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해온 기존의 대법원은 민사 및 형사 사건만 다루는 기관으로 격하된다.
또 정부가 판사들을 다른 지방으로 전보하는 것을 거부하는 판사들은 사임해야 한다.
파키스탄 변호사 사드 라술은 헌법 개정으로 “사법부 독립이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개정안은 지난 10일 파키스탄 상원에서 찬성 64대 반대 0으로 통과되었으며, 12일 하원에서는 234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하면서 승인됐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뒤 발효하게 된다.
주요 야당 지도부가 구속된 상태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거의 사라졌다.
시위가 금지되고, 지난해 군부의 선거 조작 의혹이 무시됐으며 언론에 대한 정부와 군부의 압박과 검열이 강화됐다.
군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파키스탄이 부채가 크고 빈곤율이 25%(지난 10년 사이 최고치)에 달하며, 남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해외 투자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군이 나라를 지탱하는 유일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무니르 야전원수는 지난 5월 인도와의 충돌 이후 장군에서 야전원수로 승진했다.
아잠 타라르 법무장관은 “온 국민의 영웅인” 무니르가 새 헌법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무니르 야전원수는 미국과 새로운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을 했으며 지난 9월에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시 만났다. 파키스탄은 핵심 광물 접근권과 대테러 협력 강화를 약속하며 트럼프 정부에 구애해왔다.
이번 개헌으로 무니르 야전원수와 해군·공군 사령관들에게 평생 직함이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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