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트리플 크라운…토요타, 안방서 '재팬 프라이드' 알렸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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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C 트리플 크라운…토요타, 안방서 '재팬 프라이드' 알렸다[르포]

이데일리 2025-11-13 05:4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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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일본)=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일본 아이치현의 중심 나고야시 도심에서 동남쪽으로 약 한 시간 정도 달리면 ‘토요타시(豊田市)’가 나온다. 원래 이곳의 명칭은 고로모시(拳母市)였는데, 1933년에 창업한 토요타자동차가 1938년 공장을 짓고 성장하면서 지역 경제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자 1959년에 개명했다. 지난 6~9일 토요타시 토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 최고 레이싱 대회 ‘2025 월드랠리챔피언십(WRC)’ 13라운드의 일본 랠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 판매 1위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의 ‘재팬 프라이드’로 들끓는 현장이었다.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시에 위치한 토요타스타디움 전경. (사진=이윤화 기자)


이번 대회는 마침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 랠리 팀(TGR-WRT)’의 ‘트리플 포디엄’(1·2·3위 석권)으로 끝이 났다. ‘WRC의 황제’라 불리는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일본 랠리 전체 1위 포디엄에 오르며 올 시즌 6승을 달성했고, 엘핀 에반스와 사미 파야리 역시 2·3위를 차지하며 올 WRC 마지막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 랠리에서 최종 드라이버 챔피언십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 TGR-WRT는 현대 셸 모비스 월드랠리팀과 점수 격차를 크게 벌리며 사실상 올해 WRC 무대를 장악했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9일 진행된 WRC 일본 랠리 폐막식 연단에 올라 활짝 웃고 있다. (사진=토요타코리아)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은 9일 폐막식에서 “‘재팬 프라이드(일본의 자존심)’를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드디어 ‘모리조’(마스터 드라이버로 활동 중인 아키오 회장의 레이싱 활동명)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아키오 회장은 이어 “아이치현과 기후현에서 열리는 일본 랠리도 이번이 네 번째인데 주민들의 응원 풍경이 점차 정착된 것 같다”면서 “오랫동안 동경해온 ‘유럽의 모터스포츠 문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듯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다시 토요타의 시대”…2년 만에 WRC ‘트리플 크라운’

나흘간 일본 랠리를 지켜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레이싱 카가 빠르게 달리는 경기 장면이 아닌 모터스포츠를 향한 ‘토요타의 진심’이었다. 특히 일본 랠리 개최 사흘째인 지난 8일 저녁 6시 토요타스타디움 내 서비스파크에서 마주한 장면은 토요타의 세계 1위를 향한 협업심, 조직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경기는 모두 끝난 상황이었지만 TGR-WRT의 서비스 파크는 분주했다. 검은 작업복 차림의 정비공과 엔지니어들이 차가운 밤 공기를 가르며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량 번호 5번 사미 파야리 선수의 랠리카 ‘GR 야리스 랠리1’은 리어 하체가 완전히 드러난 채 공중에 떠 있고, 팀원들은 서로 짧고 정확한 지시를 주고받으며 신속하게 정비를 이어갔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 전동 공구의 진동음, 타이어 냄새가 뒤섞인 정비 텐트 안은 마치 분초를 다투는 경기 현장처럼 긴장감이 팽팽했다.

이는 파야리의 차량 점검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스페셜 스테이지(SS) 11코스에서 충돌로 시간 손해를 본 카츠타 타카모토의 차량 수리에 모든 인원이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시간과의 싸움을 치르는 TGR-WRT 팀원들의 집중력 속에서 ‘완벽한 다음 스테이지’를 위한 의지가 엿보였다.

일본 랠리 개최 사흘 째인 지난 8일 저녁 6시 토요타스타디움 내 서비스파크에서 TGR-WRT 소속 정비공, 엔지니어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이윤화 기자)


파야리의 차량 정비가 끝날 무렵 현장 분위기가 더 분주해졌다. 아키오 회장이 선수들과 정비공, 엔지니어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그는 일본 랠리가 시작된 6일 개막식은 물론 폐막식까지 경기 내내 현장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키오 회장은 69세의 나이에도 ‘모리조’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레이싱 경기에 직접 참여하고 있을 만큼 현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영자다.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이 8일 저녁 6시 서비스 파크를 찾았다. (사진=공동취재단)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은 서킷에서의 이동이나 행사장 내부 이동시 종종 전동 킥보드·소형 전동 바이크를 이용하기도 한다. 바이크에 아키오 회장의 드라이버 네임 ‘모리조’가 적혀있다. (사진=이윤화 기자)


TGR-WRT 관계자는 “‘루키 레이싱’이라는 트레일러와 ‘모리조’라고 쓰인 전동 스쿠터가 있으면 아키오 회장이 현장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아키오 회장은 서킷에서의 이동이나 행사장 내부 이동 시 종종 전동 킥보드·소형 전동 바이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정말 현장에 있어선 진심”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랠리 내내 아키오 회장부터 현장 직원과 드라이버들 모두 하나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하니 개막 전 만났던 토모야 타카하시 TGR 사장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타카하시 사장은 “진짜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을 알고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그 어떤 직함을 가진 사람보다 중요하다”며 “이것이 GR의 인재 육성 철학이자, 우리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 가치”라고 강조했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13라운드 일본 랠리가 6~9일 열렸다. 토요타시 토요타스타디움 내 전경. 상단 1, 2번 사진은 TGR-WRT 소속 선수들과 현대 쉘 모비스 월드랠리팀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든 모터스포츠 팬들. 하단 사진은 토요타스타디움 전경. (사진=이윤화 기자)


◇대를 잇는 모터스포츠 애정…토요타의 DNA 잇는다

랠리 팬들 사이에서도 ‘다시 토요타의 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WRC에선 현대-WRT에 드라이버 챔피언십의 자리를 빼앗기긴 했지만, 토요타가 그동안 모터스포츠에 투자하는 노력을 생각하면 드라이버·코드라이버 챔피언과 제조사 챔피언 모두를 거머쥐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 당연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토요타는 60여 년이란 긴 시간 동안 모터스포츠에 투자해왔고, 아키오 회장이 본격적으로 기업 경영을 맡은 뒤로는 더욱 진심을 보여왔다. 아키오 회장은 아시아 본부장으로 부임했던 2002년 모터스포츠의 스승이 된 ‘나루세 히로무’(토요타의 전설적인 수석 테스트드라이버)와의 만남을 계기로 오너가 직접 차를 몰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브랜드의 지향점은 어떻게 설계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히로무는 2000GT, 셀리카, 수프라까지 토요타를 상징했던 걸출한 스포츠카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아키오 회장은 회사 경영진들의 반대도 무릅쓰고 ‘부캐’인 모리조라는 활동명으로 2007년부터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직접 드라이버로 참가했다. 실제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할 뿐 아니라 현재 도요타 차량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짚어내는 데는 내구 레이스가 최적의 테스트 장소였기 때문이다. 아키오 회장은 2019년부터 코로나19의 여파로 6년간 대회 참여를 멈췄지만 올해 다시 복귀했다. 올해는 아키오 회장의 장남인 토요다 다이스케도 출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아키오 회장은 GR 야리스를 타고 25㎞ 길이의 뉘르부르크링을 15바퀴 돌았고, 다이스케는 45바퀴를 주행했다.

이런 덕분에 토요타는 아시아 국가 브랜드 중 유일하게 글로벌 모터스포츠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완성차 분야에서도 세계 1위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WRC에서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과 드라이버 챔피언십 중 어느 하나라도 매년 가져가는 성과를 보였고, 트리플 크라운도 종종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구 레이스 세계 선수권 대회인 WEC, 다카르 랠리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며 모터스포츠 문화를 널리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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