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11월이 시작되면 김장 준비로 곳곳이 분주해진다. 시장 골목마다 노랗게 속이 찬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사람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김치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자, 가족의 손맛이 녹아 있는 음식이다.
그런데 해마다 김치 맛이 달라지는 이유는 양념보다 ‘절이는 과정’에 있다. 배추 절이는 법은 단순해 보이지만, 소금의 농도와 절이는 시간, 온도에 따라 맛과 식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김장용 '소금', 어떤 것이 좋은가
특히 배추를 절일 때는 사용하는 소금의 종류가 중요하다. 절임용 소금은 입자가 굵은 '천일염'이 가장 좋다. 미세한 정제염은 염도가 높고 쓴맛이 남지만, 천일염은 나트륨 외에도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들어 있어 절임 후 맛이 부드럽다.
소금은 보관 상태도 중요하다.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굳거나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밀폐용기에 담아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두는 것이 좋다.
배추절임의 기본, '소금물'의 황금 비율
배추를 절이는 첫 단계는 소금물을 만드는 일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소금의 양’이다.
배추 2포기(약 3kg)를 기준으로 천일염 1.5kg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소금은 반드시 물 6L에 완전히 녹여야 한다. 손가락으로 맛봤을 때 바닷물보다 약간 싱거운 정도가 적당하다. 짠맛이 강하면 배추의 숨이 금세 죽고, 쓴맛이 날 수 있다. 반대로 싱거우면 김치가 쉽게 물러진다.
소금물이 완성되면 배추를 반으로 갈라 푹 담갔다가 꺼내고, 잎 사이사이에 골고루 스며들도록 눌러 담는다. 특히 줄기 부분은 두꺼워 절임이 잘되지 않으므로 소금을 한 줌 더 얹어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전체 간이 고르게 맞춰진다.
절임의 균형을 잡는 온도와 시간
배추절임에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온도와 절이는 시간이다. 너무 차가우면 절임이 늦고, 따뜻하면 숨이 빨리 죽는다. 실내 온도 15~18도 정도가 알맞다.
절이는 시간은 배추의 상태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가을배추는 8시간, 겨울 배추는 10시간 정도가 좋다. 줄기를 손으로 접었을 때 부드럽게 휘어지면서 부러지지 않으면 완성이다.
절이는 동안 배추를 일정하게 쌓는 것도 중요하다. 머리가 한쪽으로만 향하면 소금물이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 배추 머리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번갈아 쌓은 뒤, 위에 무거운 접시나 돌을 올려 눌러준다. 절임 중간에는 4~6시간 간격으로 한두 번 뒤집어 주면, 소금물이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수분 조절'이 김치 맛을 좌우한다
절임이 끝나자마자 양념을 버무리면 김치가 쉽게 무를 수 있다. 그래서 배춧속에 남은 수분을 충분히 빼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절임이 끝나면 깨끗한 물로 두세 번 헹궈 소금기를 제거하고, 채반에 올려 최소 3시간 이상 물기를 뺀다.
이렇게 하면 남은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양념이 잘 스며들고, 김치가 오랫동안 아삭한 식감을 유지한다.
절임이 제대로 된 배추는 손으로 눌렀을 때 촉촉하지만 무르지 않고, 줄기와 잎이 고르게 유연하다. 소금이 많으면 퍽퍽하고, 적으면 금세 시어지거나 국물이 많아진다.
절인 배추, '보관'도 기술이다
절인 배추는 비닐봉지에 넣어 공기를 최대한 뺀 뒤 냉장 보관을 하면 하루 정도는 상태가 유지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숨이 죽고 염도가 달라져 김치 맛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보관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절임 상태가 적당한지 확인하려면 손으로 살짝 짰을 때 줄기에서 맑은 물이 떨어지고, 맛봤을 때 짜지 않으면서 감칠맛이 느껴지는지를 보면 된다. 절인 배추는 오래 두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할 수도 있어, 가능하면 그날 안에 바로 양념과 버무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절인 배추로 만드는 '나물 반찬'
절인 배추는 김치 외에도 간단한 나물 반찬으로 즐길 수 있다.
절인 배추의 물기를 살짝 짠 뒤, 들기름을 두른 팬에 볶아내면 감칠맛이 살아난다. 여기에 다진 마늘 반 큰술과 통깨 약간 넣으면 고소한 향이 퍼진다.
이렇게 만든 배추 나물은 절임 배추의 은은한 짠맛과 들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김장철 입맛을 깨워주는 겨울 반찬이 된다.
배추 절이는 법 총정리
■ 요리 재료
배추 3kg, 천일염 1.5kg, 물 6L, 채반, 비닐, 눌림 용 접시 또는 돌
■ 만드는 순서
1. 배추를 반으로 갈라 속잎을 살짝 벌린다.
2. 물 6L에 천일염 1.5kg을 넣고 완전히 녹여 짭짤한 소금물을 만든다.
3. 배추를 소금물에 5분간 담갔다가 꺼내 잎 사이사이에 고루 뿌린다.
4. 줄기 쪽에는 소금을 한 줌 더 얹는다.
5. 머리 방향을 번갈아 쌓고 비닐로 덮은 뒤 실온에서 8시간 절인다.
6. 중간에 2~3번 뒤집어 절임이 균일하게 한다.
7. 절임이 끝나면 깨끗한 물로 두세 번 헹궈 채반에 3시간 이상 올려 물기를 뺀다.
8. 줄기를 접었을 때 부드럽게 휘어지면 절임 완료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절이는 물의 온도는 15~18도가 적당하다.
- 천일염은 1년 이상 간수를 뺀 것이 좋으며, 절인 배추는 하루 이상 두지 말고, 바로 김장해야 맛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 배추의 숨이 완전히 죽기 전, 줄기가 부드럽게 휘어질 때가 절임의 알맞은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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