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지역➞일본➞글로벌…거를 타선 없는 경영DNA '유니클로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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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지역➞일본➞글로벌…거를 타선 없는 경영DNA '유니클로 가문'

르데스크 2025-11-12 16:54: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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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팬'(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한동안 한국에서 영업 적자를 기록하던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가 지난해 국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이 잇따라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것) 행렬을 이끌어내는 등 그 열기 또한 심상치 않다. 이러한 반전의 배경에는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그룹 창업주 야나이 가문이 직접 주도하는 글로벌 경영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매출 32조원 돌파한 글로벌 패션 2위 기업 유니클로…반일감정 누르고 韓 매출 1조원 돌파

 

일본 패션·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은 지난해(2024년 9월~2025년 8월) 전년 대비 9.6% 증가한 3조4005억엔(원화 약 3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6.4% 증가한 4330억엔(원화 약 4조원)으로 매출과 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의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글로벌 패션업계 2위 프랑스 케링그룹의 지난해 매출 172억유로(원화 약 28조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호실적은 그룹 핵심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견인했다. 지난해 일본 유니클로 매출은 전년 대비 10.1% 증가한 1조260억엔(원화 약 9조6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엔을 돌파했다. 해외 유니클로 매출도 11.6% 증가한 1조9102억엔(원화 약 18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 일본 도쿄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 [사진=연합뉴스]

 

같은 기간 국내에서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불매운동 이후 5년 만에 완전한 회복세를 보였다. 유니클로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 증가한 1489억원을 기록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04년 패스트리테일그룹과 롯데쇼핑이 출자해 설립한 합작회사로 올해 8월 기준 패스트리테일링 그룹과 롯데쇼핑이 각각 51%, 4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선 화제성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최근 일본 의류 브랜드 '니들스'(NEEDLES)와의 협업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31일 협업 제품이 출시되자 대부분의 수도권 매장에는 개점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며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다. 기존 20만원 안팎의 니들스 제품과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을 유니클로 매장에선 5~6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게 인기의 결정적 이유였다.

 

유니클로의 재부상 이유로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 기조 속에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된 점이 꼽히고 있다. 유니클로는 대량 생산을 통한 합리적 가격 책정과 히트텍, 에어리즘 등 실용성이 높은 의류를 지속적으로 개선·출시하는 전략을 동시에 펼쳐왔다. 특히 최근에는 프랑스 브랜드 르메르(Lemair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토퍼 르메르', 명품 브랜드 지방시(Givenchy)의 전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저가 브랜드가 지닌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가 큰 성공을 거뒀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유니클로의 재부상을 주도한 주역으론 그룹 경영을 주도하는 야나이(柳井) 창업주 후손들이 지목됐다. 현재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3세인 야나이 타다시 회장이다. 올해 8월 31일 기준 17.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장남 야나이 카즈미(4.68%)와 차남 야나이 코지(4.68%), 가족회사인 TTY매니지먼트(5.19%) 등도 패스트리테일링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야나이 가문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패스트리테일링 지분의 총합은 31.95%에 달한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유니클로 재팬 ▲유니클로 인터내셔널 ▲지유(GU) ▲띠어리(Theory) 등 여러 글로벌 브랜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야나이 가문의 가업…3세 이어 '4세 경영' 준비 한창

 

유니클로의 역사는 1949년 야나이 주지가 야마구치현에서 운영하던 작은 잡화점 '메이와 상점'에서 시작됐다. 이후 주지의 차남 야나이 히토시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매장을 신사복 전문점 '오고리 쇼지'(오고리 상점)로 탈바꿈시켰다. 히토시는 당시 일본 지방 소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맞춤형 정장·드레스 제작업을 생산과 유통까지 아우르는 형태로 확장하며 사업을 키워 나갔다. 이 과정에서 그의 친형이자 야마구치현의 유명 사회운동가였던 야나이 마사오가 '지역 산업의 발전이 곧 지역 사회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을 지역민들에게 전파해 준 덕에 사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후 히토시의 장남이자 현재 패스트리테일링그룹 회장인 야나이 타다시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그는 기존 맞춤형 의류 사업의 성장 한계를 인식하고 1984년 히로시마에 캐주얼웨어 전문 매장 '유니클로(UNIQLO)' 1호점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사업 방향을 SPA 브랜드로 전환하며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1991년에는 사명을 '오고리 쇼지'에서 '패스트리테일링'으로 변경하고 유니클로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에는 대량생산과 기능성 소재 개발, 글로벌 공급망 효율화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유니클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3세 경영' 시대에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은 현재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타다시의 두 아들을 필두로 한 '4세 경영'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과거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타다시 회장은 "아들이 쉽게 회사를 이끌게 된다면 열심히 일해 온 직원들은 박탈감이 클 것이다"고 말하는 등 가족승계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2002년 회사를 전문경영인이던 스토 타케시에게 맡긴 이후 단 1년 만에 사세가 급격하게 기울자 이듬해 타카시 회장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고 가족 승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장남 야나이 카즈미(1974년생)는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이사로 유니클로의 해외 확장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카즈미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거친 뒤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북미 시장 재정비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본사 주요 전략회의에서도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야나이 코지(1977년생) 역시 그룹 이사로 활동하며 브랜드 이미지, 지속가능경영(ESG), 사회공헌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패스트리테일링 재단 운영과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이끌며 유니클로가 단순한 저가 SPA 브랜드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코지는 미쓰비시상사을 거쳐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일본 현지에선 두 형제의 성향이 사뭇 다른 만큼 향후 '투톱 경영'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는 모습이다. 일본 재계의 한 소식통은 "그동안은 장남 카즈미를 아버지의 경영 철학을 가장 가까이서 계승한 '후계 1순위'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평가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며 "카즈미가 사업성과 확장 전략에 강점을 지녔고 코지는 브랜드 가치와 기업 철학을 다듬는 조정자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다음 세대 경영은 두 형제가 역할을 분담하는 '투톱 체제' 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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