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만성질환과 그에 따른 합병증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경제적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시행했으며 2024년 본사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본사업 시행 1년 만에 참여율이 급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시범사업 당시 등록 환자는 70만명을 넘었으나 본사업 전환 뒤 올해 6월 기준 18만명으로 줄었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으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으로 예방·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네의원 참여 불균형 ▲지역 간 편차 ▲평가지표의 한계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한다. 사업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실제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논의하기 위해 오늘(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남희·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 질 향상 도모를 위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김남희 의원은 “오늘 토론회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의 방향을 다시 정립하고 국민의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특히 고혈압과 같은 고위험 만성질환에서는 실제 건강수치와 상시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한 평가지표가 도입돼야 제도의 실효성이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 신지호 이사장은 “고혈압 조절률이 50%를 넘었지만 아직도 절반의 환자는 치료가 미진한 상태로 남아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고혈압 관리를 임상현장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개선안이 도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는 서울의대 이해영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장이 맡아 ‘일차의료만성질환관리사업 기초부터 재정립’을 주제로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전체 사망자 중 78.1%가 만성질환으로 사망했다. 또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체 진료비 중 84.5%가 만성질환이다. 전문가들은 만성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고혈압부터 최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고혈압환자는 계속 증가 추세다. 2021년 첫 700만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사망과 질병부담의 최상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증상조절만으로 심뇌혈관질환, 치매 발생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혈압 관리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포함돼 있으며 건강보험 수가 기반으로 운영돼 추가 재정 투입 없이 시행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4000여 개에 불과하다.
이해영 교수는 참여 일차의료기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차의료이 고혈압 관리에 핵심인 이유는 동일 주치의가 상담·조정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원급과 공단을 연계, 데이터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기혈압일지의 경우 환자가 규칙적인 혈압 기록 자체를 힘들어하며 일부 환자는 의료진 핀잔을 우려로 혈압 수치를 임의로 조절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에 관해 대한고혈압학회는 기존 디지털의료기기를 통해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의료기기 보급률이 높기 때문에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
이혜영 교수는 “고혈압은 진단 이후에도 혈압측정 외에는 명확한 성과지표가 없어 환자의 조절 상태나 합병증 예방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질환 특성에 맞는 현실적 성과지표의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 임은정 건강정책과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오주연 지불제도개발부장, 대한고혈압학회 김광일 차기이사장, 대한임상순환기학회 류재춘 회장, 뉴스더보이스 최은택 편집국장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만성질환관리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질환별 평가지표 개편과 지역의료기관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한고혈압학회 김광일 차기이사장은 “고혈압은 진료실 바깥에서의 혈압 측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체 고혈압환자의 0.95%만이 이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국의 경우 고혈압 진단 시 진료실 외 혈압 측정이 필수이며 실제로 측정 방식에 따라 수가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도 운영 중인 만큼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준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임은정 건강정책과장은 “정부 역시 만성질환 관리에 관해 큰 관심을 갖고 본사업 전환 후 내실화를 하고 있다”며 “많은 일차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지만 좀 더 많은 의료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정부에서도 사물인터넷, 디지털헬스기기, 인공지능 등과 헬스케어를 접목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는 만큼 24시간 활동혈압 측정도의 기술효과성, 안전성에 관한 데이터를 전문가들과 고민해 현장에 안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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