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1' 긴장감 도는 대치동 풍경…펜을 쥔 학생, 손을 잡은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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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1' 긴장감 도는 대치동 풍경…펜을 쥔 학생, 손을 잡은 부모

르데스크 2025-11-12 16:50: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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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평소 같으면 통행인들로 북적이던 학원 앞 거리는 말수가 줄었고 학생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조심스러웠다. 수험생들은 문제집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응시생은 55만4174명으로 2019학년도 이후 7년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의대 정원 축소와 '황금돼지띠'(2007년생)로 불리는 고3 학생들의 대규모 응시로 경쟁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하다. 특히 사회탐구 영역 선택자가 지난해 대비 24.1% 늘어난 32만4405명으로 집계되며 예상보다 높은 변별력이 변수로 떠올랐다.

 

오후 3시, 대치사거리 인근 '메가스터디 플래그십관' 앞 인도에는 수험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짧게 인사를 나눈 뒤 흩어지듯 각자의 학원이나 스터디카페로 들어갔다. 손에는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진 요약집과 플래너가 들려 있었다. 주변 카페 창가에는 탐구 영역 문제집과 휴대폰 타이머를 꺼내 든 학생들이 자리를 메웠다. 에스프레소 향이 진동했지만 웃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대치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이동경 군(19)은 "아침에 학교에서 수험표를 받고 바로 여기로 왔다"며 "이제는 새로운 걸 보기보다 내가 헷갈렸던 문제만 다시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탐구에서 화학과 생물을 선택했는데 요즘 사회탐구 쪽 변별력이 높다고 하니까 괜히 불안하다"며 "마음은 조급하지만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 수능을 하루 앞두고 고3 수험생들이 마지막까지 한 문제라도 더 맞히기 위해 막바지 스퍼트를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집중해 공부 중인 수험생들의 모습. ⓒ르데스크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영어단어장을 넘기던 장지수 양(19)은 눈을 감고 단어 뜻을 되뇌었다. 그는 "예비소집을 마치고 친구들이랑 점심 먹고 바로 공부하러 나왔다"며 "이 시점에는 성적보다 마음 싸움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SNS도 다 지웠어요. 대신 하루 종일 이어폰으로 영어 듣기 음원을 틀어놓고 다녀요. 집중이 조금이라도 끊기면 안 될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학원가 맞은편 포장마차에서는 어묵 냄새가 풍겼지만 수험생 대부분은 그냥 지나쳤다. 한 상인은 "예전 같으면 오후 수업 끝난 학생들이 군것질도 많이 했는데 올해는 다들 표정이 달라요"라며 "다들 어른처럼 보여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들도 긴장 속 대기…"1년의 피로가 이제야 실감난다"

 

학원 근처 주정차 구역에는 자녀를 태우러 온 차량들이 줄지어 섰다. 유리창 너머로 부모와 눈인사를 나누는 학생들, 도시락을 건네는 어머니의 손길이 교차했다. 한 학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던 박찬희 씨(51)는 "큰아들에 이어 둘째까지 수능을 준비하니 2년 연속 수능을 치르는 기분"이라며 "1년 동안 구리에서 대치동까지 매일 왕복했는데 오늘따라 길이 유난히 조용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마지막까지 집중할 수 있게 점심도 가볍게 준비해줬다"며 "이제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근처 카페에서는 다른 부모들이 조용히 모여 앉아 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 얼굴을 보면 다 티가 나요. 겉으론 괜찮다고 하지만 손끝이 떨리더라고요"라며 "오늘만 지나면 된다, 오늘만 잘 버티자고 계속 다독였다"고 말했다.

 

▲ 대치동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학생들의 모습. ⓒ르데스크

 

재수생들의 긴장감은 더 팽팽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올해 재도전한 장지혜 씨(20)는 "작년엔 시험장 들어가자마자 머리가 하얘졌는데, 올해는 컨디션 조절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침 루틴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친구들과 약속도 다 끊고 공부에만 매달렸던 만큼 이번에는 정말 끝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카페 한쪽에서는 한 학생이 수험표 위에 볼펜으로 '내일은 나와 싸우는 날'이라고 적어 내려갔다. 긴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의 손끝에는 미세하게 떨림이 묻어 있었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학원가에는 예비 수험생을 위한 입시 설명회 포스터가 새로 붙기 시작했다. 일부 학원은 이미 '예비 고1 입시 설명회'가 진행 중이었다. 유리문 안쪽에는 교사들이 내년 커리큘럼을 안내하며 학부모들에게 상담 중이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수능이 끝나면 곧장 다음 학년 경쟁이 시작된다"며 "예비 중3, 예비 고1 프로그램 문의가 벌써부터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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